전반 스코어는 1-2. 침대 축구를 걱정했던 슈틸리케호는 오히려 카타르의 강한 압박에 밀렸다. 자칫 패배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상황. 하지만 후반 10분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동점골로 한숨을 돌린 지 정확히 2분 뒤 손흥민이 한국 축구를 수렁에서 구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차전 카타르와 홈 경기에서 3-2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승1무를 기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를 깰 선봉장으로 김신욱(전북)이 아닌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을 내세웠다. 2선에는 손흥민, 기성용(스완지 시티),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지동원이 섰고, 정우영(충칭 리판)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수비 라인은 홍철(수원), 홍정호(장쑤 쑤닝), 김기희(상하이 선화), 장현수(광저우 R&F)로 꾸렸고, 김승규(빗셀 고베)가 골문을 지켰다.
카타르전의 가장 큰 고민은 수비 축구, 그리고 침대 축구였다. 이미 시리아와 2차전에서 호되게 당한 상황. 슈틸리케 감독을 비롯한 모든 선수들이 걱정한 부분이다. 그래서 더 빠른 선제골을 강조했다.
하지만 카타르는 예상보다 더 강했다.
이란, 우즈베키스탄에 연패했던 카타르가 아니었다. 호르헤 포사티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카타르는 앞선 2경기와 180도 달라졌다. 앞선부터 강한 압박으로 오히려 한국을 괴롭혔다.
선제골은 한국이 넣었다. 전반 11분이었다. 손흥민이 수비수 둘을 달고 밀어준 패스를 기성용이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마무리했다. 카타르 수비에 살짝 맞은 공은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일찌감치 선제골을 넣은 한국은 다득점을 노렸다. 전반 14분에는 기성용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마음만 앞섰다. 결국 카타르에 역습을 허용했다. 전반 16분 카타르 침투 패스를 받으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세바스티안 소리아가 돌아설 때 홍정호가 파울을 범했다. 카타르는 하산 하이도스가 키커로 나서 한국 골문을 열었다.
이후 카타르의 흐름이었다. 소리아의 슈팅과 타바타 발보사의 슈팅이 거푸 나오는 등 오히려 한국 골문을 두드렸다.
전반 45분 카타르의 역전 골이 터졌다. 카타르 공격수 3명에 한국 수비수 4명이 와르르 무너졌다. 소리아의 슈팅이 수비에 맞고 나오자 하이도스가 다시 가운데로 찔렀고, 다시 소리아가 오른발로 방향을 바꿨다. 소리아의 슈팅은 골키퍼 김승규를 지나 골 라인을 넘었다.
물론 억울한 판정도 있었다. 전반 추가시간 기성용의 헤딩이 페널티 박스 안 카타르 수비수 손에 맞았지만,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팔이 뒤로 움직일 정도였지만, 심판이 보지 못했다.
다급해진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김신욱을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김신욱 카드는 성공이었다. 김신욱은 후반 11분 홍철의 왼쪽 크로스를 정확히 머리로 떨궜다. 공은 카타르 수비수 머리에 맞고 지동원에게 떨어졌고, 지동원은 오른발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분위기는 한국으로 넘어왔고, 해결사로 손흥민이 나섰다. 전반 20분 카타르 수비수와 부딪혀 통증을 호소한 뒤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지만, 결정적인 순간 한국 축구의 해결사 역할을 했다. 후반 13분 기성용의 패스를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역전 골을 만들어냈다. 한국 축구를 벼랑 끝에서 구한 값진 골이었다.
위기도 있었다. 후반 21분 홍정호가 또 다시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수적 열세에서 김승규의 선방으로 버텼고, 후반 26분 구자철 대신 곽태휘(서울)를 투입해 수비를 강화해 힘겹게 승리를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