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색하는 황금알…'터널 속' 면세점 막차 경쟁

출혈경쟁 속 양극화 심화, 사드 이슈 유커 동향도 불안요소

서울 롯데면세점 소공점 앞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개장 시간을 기다리며 줄을 서있다. (사진=정재훈 기자)
4일 마감된 6개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에 14개 기업이 신청했다.

대기업에 배정된 서울 티켓 3장을 놓고 5개 업체가 신청했고 중소·중견기업 몫 서울 1곳에는 5개 업체가 도전한다. 부산 1곳에는 3개, 강원 1곳에는 1개 업체가 신청했다.

지난해 1, 2차에 비해 3차 대전의 경쟁은 수치적으로는 다소 시들해보인다.

서울 면세점의 경우 대기업 경쟁률은 1.67대 1, 중소·중견기업은 5대 1이다. 지난해 1차 대전 당시 3.5대 1(대기업 2개), 14대 1(중소·중견기업 1개)보다 경쟁률이 크게 낮아졌다.

이유는 면세점 사업에 대한 장밋빛 기대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위가 낳는 황금알 수는 무한하지 않았고 지난해 선정된 신규면세점들은 꿈에서 깨어나 엄혹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특허를 손에 넣은 신규면세점 5곳의 성적표는 우울하다.


올해 국내면세점 매출은 상반기에 26% 이상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5조원 선을 넘어섰다. 올해 10조원 돌파는 따놓은 당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은 기존 면세점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차지였다. 양강의 매출은 전체의 80%에 달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매출 4조원을 지난해보다 두달 앞당겨 달성했다.

올 상반기 롯데는 2326억원, 신라는 430억원의 영업이익을 봤지만 신규면세점들은 과실을 따먹기는커녕 오히려 각각 100억원 대의 적자를 봤다. 우려했던 양극화가 현실화한 것이다.

그런데 불안요소가 차고 넘친다. 과도한 할인쿠폰과 유커 모객 수수료 인상 등 그간의 출혈경쟁도 모자라 당장 서울시내 면세점이 추가로 4곳이 더 생긴다. 지난해 6곳에서 현재 9곳이 영업중인 서울시내 면세점은 내년에는 13곳으로 늘어난다. 아예 기름을 붓는 격이다.

그 잘나가는 롯데면세점도 출혈경쟁 덕분에 영업이익률이 올 1분기 10.6%에서 2분기에는 6.5%로 축소됐다.

국내 면세점을 먹여살리는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동향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도 유커는 오히려 늘었지만 사드 변수는 언제든지 국내 면세점의 숨통을 죌 수 있다.

또다른 생존의 키를 쥔 명품브랜드 유치 역시 후발주자들에겐 높은 벽이다.

업게에서는 이미 일부 업체의 경우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사업권을 반납하고 폐업하는 업체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특허기간 10년 회귀 가능성이 높아지자 사실상 마지막 티켓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나눠먹을 황금알 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른 유통 채널보다는 효자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면세점시장이 과포화되면서 준비된 자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작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연구원은 "면세점시장 성장에도 이미 역마진을 내는 신규사업자들에서 보듯 개별 업체의 성장을 나눠가질 파이가 줄면서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여기에 글로벌브랜드 유치가 안되면 고객이 모이지 않고 할인 프로모션과 모객 수수료 상승으로 원가가 비싸지면서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실적 개선이 안되고 적자가 계속 쌓이면서 사업권을 반납하고 폐업하는 업체가 나올 것"이라며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만 살아남는 업계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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