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국정원'…스크린 '극단의 시대' 진단

십시일반 다큐 영화 '자백' '무현' 이달 13일·26일 잇따라 개봉 앞둬

최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으며,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시절이었고, 불신의 시절이었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으며,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에게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모두 천국으로 가고 있었으며, 우리 모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중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시민들의 대대적인 참여로 개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두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극단의 시대' 대한민국을 진단한다. 국정원의 간첩조작사건을 파헤친 '자백'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은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이하 무현)가 그 주인공이다.

◇ '자백' 상식 벗어난 국가폭력의 실체

영화 '자백' 스틸컷(사진=엣나인필름·시네마달 제공)
지난 2012년 탈북한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가 국정원에 의해 간첩으로 내몰린다. 국정원이 내놓은 명백한 증거라는 것은 동생의 증언, 자백이었다. '만약 대한민국 국가권력의 심장부인 국정원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이라는 의심을 품은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 최승호 PD는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바로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사건'이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유우성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 그런데 이 사건만이 아니었다. 한국, 중국, 일본, 태국을 넘나드는 40개월간의 추적 끝에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간첩 조작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다.

13일 개봉하는 영화 '자백'(감독 최승호)은 "모두 국가를 위한 일"이라는 미명 아래 국민 개개인의 소중한 삶을 송두리째 짓밟아 온 국가권력의 민낯을 신랄하게 파헤치고 있다.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 넷팩상 수상작.

연출을 맡은 최승호 PD는 지난 2013년 4월 신문 보도로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본격적인 취재에 나섰다. 그 결과 검찰이 제출한 증거 사진·문서가 모두 거짓임을 밝혀냈다. 이후 북한 보위사령부 직파 스파이로 지목된 홍강철 씨를 비롯해 스파이 조사 중 자살한 탈북자 한준식 씨, 1975년 재일동포 간첩 사건의 피해자 김승효 씨 등 국가기관의 연이은 간첩 조작 사건을 취재함으로써 실체를 파헤쳤다.


최 PD는 최근 열린 한 시사회에서 "그동안 SNS나 유튜브에 취재물을 올리는 작업을 꾸준히 해 왔지만 결국 국정원의 근본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며 "만약 제가 공영방송에 있었다면 방송으로 내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됐고, 그 다음 국민에게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했을 때 영화가 저널리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영화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앞서 이 영화는 극장 개봉을 위해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다음 스토리펀딩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80일간 모두 1만 7261명의 후원인과 기존 목표액의 2배가 넘는 4억 3427만 6000원을 모금했다.

◇ '무현' 그가 우리 삶에 남긴 흔적의 기록

영화 '무현' 스틸컷(사진='무현' 제작·배급위원회 제공)
"서민들이 정치 발언권을 가지고, 그들이 삶을 위해서 당당하게 주장하고, 잘못된 제도를 뜯어고칠 수 있는, 그런 서민의 시대를 한번 다시 열어야 됩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저를 지도자로 만들어 주십시오. 다시 한번 서민들이 빛 보는, 서민들이 대접받는 서민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 영화 '무현' 예고편 중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연설 장면

고 노무현(1946~2009) 전 대통령 서거 7년, 오늘을 사는 우리는 고인을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작가 김원명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한 현상에 고민하던 중, 어린 시절 아버지의 동지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떠올린다. 어느덧 그가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난 뒤 7번째 5월을 맞아, 원명은 무현과의 인연을 지닌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고 노 전 대통령을 다룬 첫 다큐멘터리 영화 '무현'(감독 전인환)은 우리가 기억하는 평범했던 인간 노무현의 이야기이자, 그가 우리네 삶에 남긴 흔적에 관한 기록이다.

26일 개봉을 앞둔 이 영화는 영남과 호남에 자리한 두 도시, 부산과 여수를 배경으로 지역주의 해소와 권위주의 타파에 앞장섰던 노무현의 발자취를 쫓는다. 이는 고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진실한 이야기를 통해, 그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김으로써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조명하는 여정이 된다.

이 영화에는 가수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가 엔딩곡으로 쓰여 의미를 더한다. '무현'을 연출한 전인환 감독은 전인권의 조카로 알려졌다.

앞서 '무현' 제작위원회는 크라우드펀딩 중개 사이트 펀딩21을 통해 개봉비용 마련에 나섰고, 모두 3137명의 참여로 펀딩21 프로젝트 사상 최다 모금액인 1억 2300만 원을 모금하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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