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범가너, 짝수해의 샌프란시스코가 돌아왔다

SF,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리…에이스 범가너 완봉승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짝수해 신드롬'이 돌아왔다.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010년부터 짝수해마다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2010년과 2012년 그리고 2014년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그런데 홀수해에는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보지도 못했다.

올해도 전망은 밝아보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올스타 브레이크 때까지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를 질주했다. 그런데 후반기 들어 급격한 부진에 빠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마저 LA 다저스에 내주고 말았다. 힘겹게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2016년 짝수해의 가을이 찾아오자 샌프란시스코는 돌변했다.

샌프란시스코는 6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서 9회초에 터진 코너 길라스피의 깜짝 스리런 홈런과 9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친 매디슨 범가너를 앞세워 3-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샌프란시스코는 극적으로 내셔널리그 우승 경쟁을 펼칠 마지막 4번째 팀으로 당당히 합류했다.

2014년 포스트시즌 무대를 그야말로 지배했던 에이스 범가너는 역시 가을에 강했다. 팀이 패하는 순간 시즌이 끝나는 단판승부에서 흔들림 없이 완봉승을 거뒀다. 9이닝동안 탈삼진 6개를 솎아냈고 4안타 2볼넷을 허용한 게 전부였다. 포스트시즌 통산 8승(3패)째.

범가너는 2014년 샌프란시스코의 우승 주역이다. 그해 포스트시즌 7경기에 등판해 4승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03을 기록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두고 3일 뒤 7차전에서는 중간계투로 나서 5이닝을 실점없이 막으며 '철완'을 과시했다. 2014년 포스트시즌에서만 무려 52⅔이닝을 던졌다.

범가너는 2014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완봉승을 거뒀다. 당시 상대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월드시리즈를 제패했고 이 과정에서 월드시리즈 MVP 범가너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범가너는 올해도 가을 무대에서는 공략당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는 짝수해마다 단기전에서 소위 '미쳐주는 사나이'를 배출해왔다. 3루수 길라스피가 새로운 스타 등장의 시작을 알렸다.

길라스피는 올해 홈런이 6개에 불과하고 샌프란시스코가 대포 한방에 의존하는 팀도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 예상못한 선수에게서 결승포가 터져나왔다.

브랜든 크로포드가 9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메츠 마무리 투수 제우리스 파밀리아에게 2루타를 터트렸다. 파밀리아는 올해 51세이브로 메이저리그 투수 중 세이브 부문 전체 1위를 차지한 선수다.

계속된 1사 1,2루에서 길라스피가 타석에 섰다. 다음 타자는 투수 범가너였기 때문에 파밀리아로서는 길라스피와의 승부가 고비였다. 그런데 야심차게 던진 시속 154km짜리 싱커가 한복판에 들어갔다. 길라스피가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고 그 순간 메츠의 1루 덕아웃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분위기가 됐다.

이제 샌프란시스코는 하루 휴식 후 오는 8일부터 시카고 컵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를 치른다. 시카고 컵스는 103승58패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한 팀이다. 성공적인 리빌딩을 발판으로 올해만큼은 1945년부터 지속된 '염소의 저주'를 깨겠다는 각오다.

그런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로 가는 길목에서 '짝수해' 샌프란시스코를 만나고 말았다. 시카고 컵스가 정규리그의 기세를 이어갈지, 샌프란시스코가 또 한번 와일드카드의 신화를 쓸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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