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를 열고 구글의 새로운 개념을 담은 스마트폰 '픽셀'과 '픽셀 XL' 모델 2종을 선보였다. 기획단계부터 디자인과 개발, 부품 선택, 제품 테스트 전 과정을 직접 한 것으로 알려졌다.
HTC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처럼 픽셀폰을 위탁생산해 공급만 담당한다.
구글의 이같은 행보는 과거 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버전에 최적화된 표준화 버전 넥서스를 출시하는 것 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업계에서는 구글이 애플의 아이폰처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직접 통제하고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우리는 '모바일 퍼스트' 세상에서 '인공지능(AI) 퍼스트' 세상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우리의 역할은 모든 사용자들에게 AI를 포함해 다양한 퍼스널 구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스마트폰 하드웨어 시장의 경쟁구도가 애플과 삼성의 대결구도로 고착화되면서 안드로이드에 대한 브랜드 인식이 희석되고, 특히 매년 수십 종씩 쏟아지는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의 파편화로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체제로 꼽히는 애플의 iOS 운영체제와의 경쟁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모바일 생태계를 재편하려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일부 IT 매체들은 이같은 구글의 행보에 의문을 제기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조각난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문제를 지적하며 "안드로이드 폰은 약 1년마다 새로운 OS 업데이트를 한 뒤 기존 버전은 업데이트와 기능 지원을 중단 한다"며 "아이폰 OS는 최고의 개발자를 지원하는 유일한 플랫폼으로 기기를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새로운 기능과 일관된 업데이트를 지원한다"고 지적했다.
픽셀폰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조화로운 통합의 의미한다고 운을 뗀 이 매체는 그러나, "삼성, 화웨이 등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는 이들 브랜드가 오히려 구글보다 안드로이드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시맥은 '구글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없다'는 논평에서 구글의 픽셀이 기존 넥서스와 정말 차이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구글은 이미 6년 동안 넥서스 라인 디자인에 참여해왔고, HTC는 파트너와 공동 개발 및 기기를 설계하는 오랜 역사가 있어 왔다며, 넥서스와 픽셀의 유일한 차이는 제조자인 HTC의 이름이 빠진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이 픽셀의 제조나 설계 방법에 대해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애플과 달리 구글이 픽셀을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강화하는 목적은 서비스와 데이터 수집에 있다"며 "모바일 기기 판매 업체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구글이 애플이나 삼성과 경쟁하는 구도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애플처럼) 안드로이드가 최신 기능과 업데이트를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면 이상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며 "이것이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변화일 것"이라고 붙였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은 안드로이드의 변형인 '중국형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별도로 구축하고 있다. 블랙베리와 삼성은 필요한 경우 자사 스마트폰에서 독자개발한 블랙베리10과 타이젠 OS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확인시켜준 바 있다.
안드로이나 iOS와 같은 강력한 제 3의 모바일 OS가 출현하기는 사실상 어렵지만, 구글이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이탈이 불보듯 뻔한 하드웨어 시장에 진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더 버지는 "인공지능 도우미는 거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상의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강력한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면서 "지능형 스피커, VR 헤드셋, 와이파이 라우터 및 미디어 스트리밍 동글을 연결하는 하드웨어 에코시스템을 함께 공개한 것도 픽셀 폰이 이를 제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봤다.
다만 "하드웨어 파트너들과 관계 종료는 이 것들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릭 오스텔로 구글 하드웨어 총책임자는 스마트폰 업체들과의 경쟁에 촛점이 쏠리는 것을 의식한 듯 "이 것은 우리의 첫 이닝"이라며 "우리는 픽셀폰을 대량으로 공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구글은 픽셀폰이 시장 점유율에 대해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업계는 향후 수년 간 활용할 수 있는 유통 및 캐리어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가까운 미래에 구글의 하드웨어 유통 전략에 무게를 두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구글은 애플과 유사한 방법으로 픽셀폰 '블루' 판매를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독점 판매하는 계약을 하기도 했다.
구글이 하드웨어 플랫폼에 본격 진출하며 동맹 파트너들을 덜 자극하는 방식으로 애플과 주요 기업들의 효율적인 하드웨어 플랫폼을 벤치마킹 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시장 관계자들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