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복잡한 셈법, 백남기 특검 실현가능성 '안갯속'

야3당 원내수석부대표가(좌측부터 국민의당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정의당 이정미) 5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 요구안'을 제출했다. (사진=윤창원 기자)
야3당이 고(故) 백남기 농민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상설특검 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쟁 도구 반대를 외치는 새누리당이 상임위에서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실체적 진상규명을 위한 길은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2014년 6월 여대야소 국면에서 만들어진 상설특검제 첫 사례로 백남기 농민 특검안이 정식으로 요구됐지만, 새누리당이 안건조정 회부 등도 불사하고 있어 실제 특검이 가동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5일 '경찰폭력에 의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등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을 제출했다.

특검 요구안에는 "경찰이나 검찰의 자체 수사로는 진실규명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필요성이 담겼다.

특검 대상은 지난해 11월 1차 국민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살수차 운용지침 위반 등 불법행위와 지휘와 보고 과정에서의 누락여부 등이 명시됐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시위 때 차벽을 세우고 시민 통행을 차단한 것이 적절했는지 여부도 특검 대상이다.

야3당은 별도 특검안이 아닌 상설특검안을 낸 것에 대해 새누리당의 전향적인 검토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특검 요구안 제출 후 기자들과 만나 "상설특검은 여야 합의로 만든 제도"라며 "여당도 전향적으로 나와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여당을 최대한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 상설특검 아니겠냐"며 별도의 특검 법안 발의를 포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새누리당은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정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특검 반대 입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 안행위에서 청문회를 이미 치렀고 서울대병원 합동 특조위도 외압이 없었다는 것을 밝혔다"며 "부검을 통해 실체적 진실 밝히면 되는데, (야당은) 진실을 밝히자며 부검은 안된다는 모순된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특검 요구안 자체를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 역시 "고인의 죽음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야당의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우여곡절 끝에 정상화된 국회가 또다시 정쟁의 장으로 전락할 것을 심히 우려한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야당이 요구한 백남기 농민 특검안이 여야 신경전 속에 국회 법사위에서 계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검 반대를 외치는 새누리당은 아직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지만 여차하면 '안건조정 회부'를 통해 특검 실효성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국회법 81조는 의안이 발의되면 이를 본회의에 보고하고 소관 상임위에 회부해 심사가 끝난 뒤 본회의에 부의할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관 상임위는 당연히 법제사법위원회인데 새누리당 권성동 위원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의원 7명이 포진하고 있다.

더민주 7명, 국민의당 2명, 무소속 1명 등 총 17명 중 7명이 새누리당 소속이어서 '안건조정위' 회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법 57조는 '이견이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해 제적 위원 1/3 이상의 요구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체토론이 끝난 후 조정위에 회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법사위 구성상 새누리당이 마음만 먹으면 90일 동안 특검 법안을 본회의 상정 전에 상임위에서 잡아둘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내년 1월까지 백남기 농민 특검안이 상임위에 계류될 수밖에 없어 당장 야당이 요구하는 실체적 진실규명은 요원해진다.

"상설특검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 (특검 도입을 위한) 특별법으로 하면 세월호법처럼 굉장히 오래간다."(더민주 박완주 수석부대표), "상설특검법 절차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새누리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좀 더 높지 않나"(국민의당 김관영 수석부대표) 등 야당의 바람과 달리), 여차하면 새누리당은 야당 발목잡기 분위기 띄우기 차원에서라도 언제든 안건조정 회부 카드를 만지작 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백남기 농민 특검법은 상설특검법 본래 취지와 달리 여야 힘겨루기 과정에서 표류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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