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내 터전 날려" 진흙탕 뒤집어쓴 가게보며 '망연자실'

울산 태화시장 최악의 침수피해…지자체 밤샘 작업에도 복구 더뎌

제18호 태풍 '차바(CHABA)'가 울산지역에 남긴 상처는 예상보다 컸다.

시민들은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복구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5일 오후 7시 울산 중구 태화시장.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5일 울산지역은 물바다를 연상시킬 만큼 도심 곳곳이 물에 잠겼다. (사진=독자 제공)
최악의 침수피해를 입고 아수라장으로 변한 거리를 굳은 얼굴의 상인들이 분주히 오갔다.

이들은 물에 젖은 가재도구를 거리에 내놓고, 가게 안을 뒤덮은 시커먼 진흙을 걷어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시장에서 만난 여성복가게 주인 김성주(64·여)씨는 물폭탄이 쏟아지던 당시 상황을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이날 오전 장대비가 내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태화시장에는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집중호우가 내린 5일 울산지역 곳곳이 물에 잠겼다. (사진=독자 제공)
진흙이 뒤섞인 시커먼 물은 이내 김씨의 가게를 집어삼켰고, 거리에는 어른 가슴 높이까지 차오른 물이 거세게 흘렀다.

미처 가게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던 김씨는 수시간 동안 두려움에 떨다 119소방대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가게를 벗어났다.

김씨는 "물이 갑자기 밀려오다보니 가게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며 "골목을 가득 채운 물 위로 자동차와 냉장고가 떠다니는 모습을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침수피해를 입은 태화시장 상인들이 가게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이상록 기자)
또다른 상인 한경호(56)씨는 "가게 문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물을 수건으로 막으려 했지만 감당할 수 없어 가게 뒤편으로 피신했다"며 "태화시장 상인 대부분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고 말했다.

현재 침수피해를 입은 울산지역 곳곳에서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속도는 더딘 상태다.

울산시는 전체 직원 절반과 굴삭기, 양수기, 덤프트럭 등 보유장비를 모두 피해현장에 투입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울산지역 5개 구·군 또한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침수 피해를 입은 울산 중구 태화시장 상인들이 5일 오후 거리에서 흙탕물을 뒤집어쓴 가재도구를 씻고 있다. (사진=이상록 기자)
하지만 현재까지 울산지역에서 발생한 피해 규모조차 정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을 정도로 태풍피해가 큰 상태다.

때문에 침수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 관계자는 "동원 가능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현장에 투입해 밤샘 복구작업을 벌일 계획이지만 워낙 피해가 크고 규모가 광범위하다보니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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