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체육회를 이끌어 나갈 수장으로 결정된 이기흥(61) 제40대 대한체육회 신임 회장은 선거 준비 과정에서 자신은 반정부 인사가 아니라며 이는 잘못된 정보라고 해명해야 했다.
엘리트 체육을 상징하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된 이후 처음으로 회장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특정 후보를 추천했다는 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친정부적 성향 후보와 반정부적 성향 후보의 대결 구도로 비춰졌다.
이기흥 신임 회장에게는 유일한 반정부적 성향 후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체육회 통합 과정에서 통합을 적극 추진한 문화체육관광부와 날 선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당시 이기흥 신임 회장은 대한체육회 측의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았다. 아무래도 생활체육에 힘이 쏠리는 분위기에서 이기흥 신임 회장은 엘리트 체육 입장에 서서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통합을 빠르게 매듭짓기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건 문화체육관광부와 마찰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이기흥 신임 회장은 지난 1일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저에 대해 잘못된 정보들이 있다. 체육회 통합을 반대했다고 하지만 그런 적이 없고 오히려 통합을 선도했다"며 오해에 대해 반박했다.
통합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방법과 절차에서 정부와 이견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체육계가 정부 정책에 대한 소외감을 점점 더 크게 느끼는 분위기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후보를 찾았고 그런 이기흥 신임 회장의 이미지가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장호성 단국대 총장, 전병관 경희대 교수,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 등 친정부 성향의 후보로 꼽힌 이들의 표는 분산됐다.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의 경우 높은 인지도와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유력한 당선 후보 중 한명으로 손꼽혔으나 가장 늦게 선거에 뛰어들면서 투표인단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4위에 머물렀다.
이기흥 신임 회장은 무엇보다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4천억원이 넘는 통합체육회 예산의 대부분이 정부 지원금인 상황에서 이기흥 신임 회장의 핵심 공약이 재정 자립을 통한 체육회의 자율성 확보라는 것도 주목할만 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또 엘리트 체육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이미지가 남아있는만큼 생활체육과의 상생을 이끌어내며 균형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형식적인 통합을 넘어서는 화학적 통합이 필요하다.
이기흥 신임 회장은 올해 초까지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맡았다. 연맹 임원들의 비리가 밝혀지고 파문이 커지면서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자신이 회장을 맡았던 기간 여러 임원들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점이 후보 시절 그의 약점으로 지적받았다.
따라서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은 체육계의 온갖 비리와 파벌 등을 해소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도 이기흥 신임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