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정부, 낙태법안에 분노한 여성들에 놀라 한 발 후퇴

외무장관이 시위 비난해 사태 악화, 결국 총리가 법안 지지 철회 시사

낙태전면금지 법안에 항의하는 폴란드 여성들(사진=유튜브 캡처)
폴란드 정부가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에 분노한 여성들의 대규모 시위에 따라 법안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뜻을 비쳤다고 AP통신이 5일 보도했다.

폴란드에서는 의회가 낙태를 한 여성이나 이를 도운 의사를 형사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검토하기로 하자 수도 바르샤바시를 비롯해 전국에서 수만 명의 여성들이 ‘검은 월요일’로 명명한 지난 3일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를 두고 비톨드 바슈취코프스키 외무장관이 ‘수십 명’이 참가한 시위는 무의미하고 중요 현안에 대한 조롱이라며 비난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그의 발언에 대해 야당의 여성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베아타 시드워 총리가 파문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다.

그녀는 자신이 외무장관의 발언을 승인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크고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법과 정의당(폴란드 집권당)’ 정부는 과거는 물론 지금도 현행 규제들을 바꾸는 입법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폴란드 의회에 제출된 낙태 전면 금지법안이 집권 ‘법과 정의당’이 제출한 것은 아니고 이 당의 구성원 일부가 지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보다는 지난해 ‘법과 정의당’의 약진에 결정적 역할을 한 가톨릭교회가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베아타 시드워 폴란드 총리(사진=유튜브 캡처)
한 낙태반대운동단체가 낙태 전면금지에 대해 45만 명의 찬성 서명을 최근 받아냈고 이는 의회내에서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만들어내 현재 한 의회 산하 전문위원회에서 법안을 검토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일의 대규모 시위는 페미니스트 운동이 전통적으로 취약한 폴란드에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고 AP는 전했다. 유럽의회도 낙태를 하는 여성이나 의사를 최고 5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이 낙태전면금지 법안을 조명하기 위해 폴란드 여성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현재로선 법안이 전문위원회 검토 단계에서 폐기될 것인지 아니면 의회에 공식 상정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AP는 전망했다. 폴란드에서 법안은 정부나 대통령, 공공 운동단체나 의원들이 제출할 수 있지만, 정부가 지지를 하지 않으면 입법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폴란드에서는 지난 1993년 이미 유럽에서 가장 강력하게 낙태를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켜 상대적으로 합법적 낙태 사례가 다른 유럽 나라들보다 적은 편이다. 이런 현행법 때문에 여성들이 낙태를 위해 다른 나라로 가거나 낙태 약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실정이라고 AP는 보도했다.

폴란드의 대표적 페미니스트인 아그니에스즈카 그라프 바르샤바 대학 교수는 “(낙태금지에 찬성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법과 정의당’의 유권자들이어서 정부가 그들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낙태 전면금지에 대한 시도는 맞불을 맞게 될 뿐 아니라 폴란드내에서 낙태의 권리에 대한 더 큰 지지를 형성하는 역효과도 낳을 것이라고 그라프 교수는 주장했다. 그녀는 지난 3일의 시위에 젊은 폴란드 여성들이 대규모로 모인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일이 폴란드에서 벌어진 적이 없어요. 이건 우리 페미니스트 운동진영이 20년동안 꿈꿔왔던 거예요”라고 그라프 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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