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벨상 강국' 일본에 대한 부러움과 부끄러움

오스미 요시노리(71) 도쿄공업대 명예교수. (사진=NIKKEI ASIAN REVIEW 화면 캡처)
3년 연속 노벨상 수상 쾌거에 일본 열도가 축제 분위기다.

영광의 주인공은 오스미 요시노리(71) 도쿄공업대 명예교수다. 오스미 교수는 세포 내 노폐물을 세포 스스로 잡아먹는 오토파지 (Autophagy·자가포식) 현상의 메커니즘을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암과 퇴행성 질환, 파킨슨병 등의 치료제 개발에 활용된 그의 연구 성과는 50년 가깝게 자가포식 분야라는 한 우물만을 판 결과다.

이로써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25명(미국 국적 취득자 2명 포함)으로 늘었다.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4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이다.

특히 2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기초과학 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 분야에서는 2001년 이후로만 16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고, 2014년 물리학상, 2015년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에 이은 2016년 생리의학상까지 3년 연속 수상이다.

기초과학분야에서 '노벨상 강국'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 일본의 저력 앞에 우리는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물론 일본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고 해서 우리도 꼭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실상 못 받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이유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실 중국도 지난해 생리의학상을 비롯해 역대 11차례(대만, 미국 국적 취득자 포함) 노벨상을 받았다.

우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이 고작일 뿐 과학분야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노벨상 시즌만 되면 한없이 작아지는 우리의 모습이다. 기초과학분야에서는 아예 후보자 명단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하는 창피한 수준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중은 4.15%로 G20 국가 중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기초과학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실제로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19조원 가운데 기초과학 연구과제에 배정된 비율은 6%에 불과하다.

따지고 보면 단독 정부 부처로 편제됐던 '과학기술부'가 사라진 지도 오래 됐다. 과거 김대중 정부 때는 과학기술처가 부로 확대 승격됐고, 노무현 정부 때는 과학기술부 장관이 부총리로 격상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 과학기술부가 사라지면서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로 흡수된 이래 오늘에 이르고 있다.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학기술 입국을 위해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미래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냉철한 현실 진단과 구체적이고도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 대결 이후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식의 즉흥적이고도 근시안적인 안목으로는 기초과학의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일본이 노벨상 강국이 되기 까지에는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오랜 관심과 지속적인 투자가 수반됐다. 1868년 메이지 유신 때부터 100년이 넘도록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계속된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기초과학을 홀대하고 단기적인 연구성과에 집착하는 과학계 풍토를 일신해야 하며, 젊은 과학자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인 지원 체계를 조성해야 한다.

오스미 교수는 4일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벨상 상금(10억 3800만원)을 젊은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도 연속된 노벨상 수상의 쾌거를 다음 세대로 계승하자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노벨상에서 만큼은 앞서가도 한참 앞서가는 일본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남의 잔치를 부러워하고 우리 스스로를 부끄러워 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이제는 우리도 '노벨상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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