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의를 온 땅에 외치다
조선을 사랑한 푸른 눈의 선교사 호머 헐버트
◇ 미국의 노신사, 국빈 자격으로 입국하다
1949년 7월 29일, 인천항에 86세의 미국인 노신사가 입국한다. 군악대의 환영을 받으며 힘겹게 조선 땅에 들어선 그는 바로 이승만 대통령의 초청으로 40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호머 헐버트(1863-1949)이다. 1949년 광복절을 기념해 초청한 것이었지만 그는 1주일 만에 하나님의 나라로 부름을 받았다. 방한 전 그는 가족들에게 ‘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보다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하노라’라고 밝혔다. 헐버트는 그의 소원대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에 안장되었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기에 대한민국이 기억하고 있을까?
◇ 제1회 서울아리랑상의 주인공은 바로 외국인 선교사
우리의 가락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는 제1회 서울아리랑상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던 아리랑을 최초로 악보로 만들어 1896년 처음 세계에 소개한 사람이 제1회 서울아리랑상 수상자인데, 바로 미국인 선교사 호머 헐버트이다. 조선의 토착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던 헐버트는 자연스럽게 조선의 음악 ‘아리랑’을 듣게 된다. 아리랑을 두고 헐버트는 ‘조선인의 음악은 박자를 지키지 않는다. 셰익스피어의 시가 운을 맞추지 않는 것과 같다. 종달새의 지저귐은 오선지나 음표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며 아리랑뿐만 아니라 조선의 시조와 민요를 세계에 전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교육자, 언론인, 언어학자. 역사는 헐버트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르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는 파란 눈의 독립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헐버트는 1895년 을미사변을 계기로 일제의 만행을 누구보다 앞장서 언론에 실었고 어려움에 처한 조선인들을 적극적으로 도우려고 노력했다. 고종의 절대적인 신임 아래 일제 지배와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알렸다. 또한 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참석국들을 찾아다니며 조선의 현실을 전했다. 1909년 위험을 무릅쓰고 상하이 주재 독일 은행에 예치된 독립자금을 찾기 위해 애쓰는 등 조선독립을 위한 그의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1886년 머나먼 미국에서 조선을 찾아와 일제의 탄압으로 희망의 빛을 잃어가는 한민족을 위해 독립투사로 몸 바쳤던 ‘호머 헐버트’. 미국인이었던 그가 이처럼 독립투사의 길을 걸어간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의(義)의 나라를 이 땅에 세우고자 했기 때문이다.
C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예수의 흔적- 제 4부 호머헐버트>편에서는 ‘선교사, 호머 헐버트’를 재조명했다.
◇ 헐버트가 쓴 조선 최초의 근대식 한글 교과서 <사민필지>
처음 조선에 온 그는 선교사 신분이 아닌 교사 신분이었다. 고종이 설립한 최초의 근대식 공립학교인 육영공원에서 외국인 교사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자신의 심정을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외국인 교사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직 젊고 경험이 부족한 나였지만 조선으로의 부름에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기뻤다(헐버트가 쓴 동양의 메아리(Echoes of the Orient) 中)’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1884년에 일어난 갑신정변으로 인해 2년 동안 조선에 들어오지 못한 그는 유니언 신학교에 입학해 신학뿐만 아니라 조선의 문화, 언어, 역사에 대해 공부했다. 그 후 1886년 육영공원 교사로 내한한 헐버트는 한글로 된 근대식 교과서가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4년 동안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한글 교과서인 <사민필지>를 집필했다.
◇ 최초로 한글의 띄어쓰기와 마침표를 제안한 헐버트
그는 조선의 언어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한글의 띄어쓰기와 마침표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한글이 널리 퍼져 교육의 기회를 넓혀가는 것이 상층민과 하층민 간 계층의 장벽을 뛰어넘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했다. 한글 발전에 공헌한 역사적 인물들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종로에 조성된 주시경 마당에 세워진 그의 동상은 이 같은 그의 노력이 반영된 것이다.
◇ 미국에서도 하나님의 의를 온 땅에 외친 헐버트
선교사로서의 사명을 안고 이 땅에 와서 선교적 삶을 살다간 헐버트는 1909년 이후에는 미국에 머물면서 일본의 만행과 조선이 처한 상황과 독립의 정당성을 온 세계에 알렸다. 미국 한인 청년들에게도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외국인, 하나님의 공의를 온 땅에 외친 호머 헐버트. 그 속에 깊이 새겨진 복음의 생명을 CBS 특별기획 <예수의 흔적-제4부 하나님의 의를 온 땅에 외치다, 조선을 사랑한 호머 헐버트 선교사> 편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방송: 본방 2016년 10월8일(토) 밤 8시 40분
재방 2016년 10월9일(일) 오후 1시 20분
재방 2016년 10월10일(월) 오후 4시 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