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배수 확인을 하던 90대 노인이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추락해 숨지는 등 모두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초고층 건물이 즐비한 해운대 마린시티는 월파한 파도에 물바다가 됐고, 개막을 하루 앞둔 부산국제영화제의 비프빌리지도 큰 타격을 입었다.
◇'옥상 배수·어선 결박 확인하려다가...' 3명 사망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부산 수영구 망미동 한 주택 2층에서 정모(90·여)씨가 1층 바닥으로 추락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집 베란다에 물이 차올라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옥상에 올라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씨가 강한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옥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 사고로 컨테이너에 있던 오모(59)씨가 크레인에 깔려 현장에서 숨졌다.
경찰은 강풍에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현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새벽 강서구 대항동 방파제 어선 결박여부를 확인하러 나갔던 허모(59)씨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
허씨는 태풍이 부산 앞바다를 지나던 이날 정오쯤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허씨가 높은 파도에 어선이 전복될 위기에 처하자 이를 복구하려고 나섰다가 파도에 휩쓸린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무너지고 추락하고' 피해신고만 260건◇
이날 오전 11시 35분쯤 동구 범일동 모 병원 인근에 있는 높이 27m 규모의 철제 주차타워가 넘어졌다.
이 사고로 주차타워 안에 있던 차량 4대와 주변에 있던 차량 3대 등 모두 7대의 차량이 파손됐다.
또, 상가 주택 등 주택 5채와 전봇대 등이 일부 파손됐다. 또, 주택에 있던
경찰은 주차타워가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보고 관리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오전 7시 45분쯤 해운대구 좌동 송정터널 주변 도로에 있던 대형 현수막 설치대가 강풍에 넘어졌다.
도로방향으로 넘어진 설치대는 앞을 지나던 안모(60·여)씨의 벤츠 차량을 덮쳤다.
다행히 차량 트렁크 부분이 설치대에 깔려 안씨는 특별한 부상을 입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바다된 마린시티, 비프빌리지도 상처
태풍의 영향으로 파도가 방파제를 넘으면서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높이 8m의 집채만한 파도가 도로가 마린시티 내 해안 도로를 삼키면서 이곳을 지나던 차량들이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를 상황이 빚어졌다.
일대 도로는 물바다로 변했고, 일부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침수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6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에 앞서 설치된 비프빌리지 일부 건물이 파도에 휩쓸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서·대학병원도 정전 사태
정전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10시쯤 남구 용호동의 한 아파트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이어 부산 지역 일선경찰서 두 곳에서도 10여분간 전기공급이 끊겼다.
서구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서도 두 차례에 걸쳐 정전이 발생하면서 병원 내 전산망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태풍에 막힌 하늘길·바닷길
강풍의 영향으로 이날 오전 김해공항을 오가는 항공기 47편이 무더기 결항했고, 부산항을 오가는 선박들의 입출항도 전면 통제됐다.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로는 물론 광안대교와 부산항대교, 남항대교 등 지역 해상교량의 차량 통행도 금지됐다.
상습 침수구간인 동래구 세병교와 연안교 지하차도의 진출입이 금지됐고, 강서체육공원과 맥도생태공원도 시민 접근이 통제됐다.
영도대교는 이날 하루 도개 행사를 일시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