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중국의 도시 경관이 10여미터에 이르는 긴 두루마리에 상세히 묘사된 랴오닝성박물관 소장 <청명상하도>와 <고소번화도>를 전시한다. 두 작품은 우리 국보에 해당하는 중국 1급 문화재로 두 점이 동시에 전시되는 기회는 매우 드물며, 이번에도 단 19일 동안만 진본을 공개한다(전시기간: 10.5~10.23)
단원 김홍도 VS 혜원 신윤복, 조선후기 스타 풍속화가의 작품 한자리서 감상
보물 제527호《단원풍속도첩》와 국보 제135호 《혜원전신첩》(간송미술문화재단)
도시의 쾌활한 일상을 그린 풍속화, 김홍도의 <무동>과 신윤복의 주사거배 (酒肆擧盃)를 한자리에서 비교해보는 것은 어떨까? 두 작품을 포함한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과 혜원 신윤복의《혜원전신첩》(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은 조선을 대표하는 두 풍속화가의 작품으로 손꼽히지만, 둘의 작품이 나란히 전시한 적 또한 손에 꼽을 정도다. 서민들의 흥겨움과 건실함을 담은 단원과 도시 뒷골목의 유흥을 담은 혜원의 풍속화가 조선 후기 도시 문화를 어떤 모습으로 그렸는지 직접 확인해보자.
1부 성문을 열다는 조선의 수도이자 대표 도시인 한양의 변화를 그림으로 살펴본다.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였던 한양은 조선 후기가 되면서 북적이는 상업 도시로 거듭났다. 도시 영역은 성곽 밖으로 확장돼 나갔고, 시인과 화가들은 도시를 노래하고 도시를 그렸다. 이러한 변화는 비슷한 시기의 중국과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와 고소번화도(姑蘇繁華圖), 한국의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 일본의 낙중낙외도(洛中洛外圖)[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 소장] 등은 당시에 꿈꾸었던 이상적 도시의 모습이다. 정조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신도시 화성의 모습을 알려 주는 <화성전도華城全圖>도 최초로 공개된다.
3부 미술, 도시의 감성을 펼치다는 도시의 취향과 감각을 보여주는 작품을 전시한다. 풍부하고 세련된 문물은 화려한 도시의 취향을 만들었고, 그것을 욕망하고 소유하고 과시하려는 풍조도 나타났다. 누구라도 시장에 나온 그림과 도자기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19세기 말에 외국인이 구입한 <기산풍속도첩>[독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소장] 등은 당시 미술 시장에 나온 ‘상품’으로서 미술품이 외국인에게 구매되었던 양상을 보여준다. 달리진 환경 속에서 미술이 지향하는 내용과 형식도 크게 변화했다. 미술가들은 창작 주체로서의 자의식을 강하게 분출했고, 과거의 이념과 질서에 얽매이지 않는 감각적이며 파격적인 감성들이 솟아났다. 조희룡에서 시작하는 매화 병풍의 화려한 표현력과 <책가도>에서 볼 수 있는 세속미, 이색감각의 도자기들은 도시의 미술 취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도시라는 공간이 미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그리고 미술가들은 도시의 문화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그 흥미로운 과정을 따라가 보는 색다른 미술 감상의 기회라 할 것이다.
특별전과 연계하여 10월 20일(목)에 대강당에서 9명의 국내 학자들이 참가하는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 11월 11일(금) 대강당에서는 유홍준[전 문화재청장]의 강연회를 개최한다. 전시기간 중에는 매일 4차례 전시 해설을 진행하고,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는 전시 기획자가 들려주는 큐레이터와의 대화가 열릴 예정이다. 배우 고두심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하여 전시를 차근차근 감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