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공시 직전 29분간 한미약품 주식 판 세력 조사"

회사 내부 미공개정보 이용한 불공정거래 가능성 높아...공매도 기관투자자도 대상

한미약품 공시파동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30일 악성 공시가 뜨기 전인 개장 이후 29분 동안 주식을 집중 매도한 세력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번 한미약품 공시파동에서 마의 시간대는 악성 공시가 뜨기 전인 개장 이후 29분 동안이다.

투자자들이 베링거잉겔하임과의 수출계약해지라는 악성정보는 모른 채 제넨텍과의 수출계약체결이라는 호재성 정보만을 알고 있었던 시간대이다.

이 시간대에는 그것을 반영해 한미약품 주가가 5% 가까이 치솟았다.

하지만 9시 29분 베링거잉겔하임과의 수출계약해지라는 악성공시가 뜨자마자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해 마감 때는 18.06% 폭락했다.

이 29분 동안 베링거잉겔하임과의 수출계약해지라는 미공개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투자자는 주식을 높은 가격에 팔고 나올 수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고 호재성 공시만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는 큰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마의 시간대인 29분 동안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한미약품 주식을 집중적으로 내다 판 투자자들이다.

김현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상무는 “장 개시 이후 29분 이후에 악성공시가 나왔는데 그 때가지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도한 계좌를 중심으로 한미약품 내부자들이나 이들로부터 정보를 받은 정보수령자들이 주식을 판 부분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마의 시간대에 회사 내부자들이나 정보수령자들이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도했다면 회사 내부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서는 미공개정보 이용과 관련해서는 회사 내부자와 내부자로부터 정보를 받은 1차 정보수령자에 대해 불공정거래행위로 형사처벌하는 것 외에도 1차 정보수령자로부터 정보를 받은 2차 이하의 정보수령자에 대해서도 시장교란행위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재를 강화했다.

이번에 한미약품 미공개정보 이용과 관련해 2차 이하 정보수령자가 과징금을 부과받는다면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처음으로 제재를 받는 것이 된다.

제재를 받는 정보수령자에는 공매도를 한 기관투자자들도 포함된다.

30일 한미약품에 대한 공매도량은 10만 4,327주로 상장 이후 최대물량을 기록했다.


공매도는 기관투자자들이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실제로 내려가면 되사 빌린 주식을 갚는 투자기법으로 미공개 정보가 사전에 유출돼 대량 공매도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거래소는 당시 거래 내역을 보고 29분 동안 공매도를 포함해 집중적으로 주식을 내다 판 계좌를 파악한 뒤 각 증권사의 협조를 얻어 계좌주를 파악하고 그 계좌주가 회사 내부자인지, 정보수령자인지를 조사하게 된다.

하지만 거래소는 주어진 데이터만을 토대로 분석하고 조사하는 만큼 사실을 밝혀내는데는 한계가 있다.

직접적으로 대상자를 불러서 조사한다거나 영장을 발부받아 전화통화내역이나 SNS, 이메일 등을 뒤져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일은 금융당국에서 가능하다.

거래소는 주어진 데이터를 가지고 기초조사를 하고 나머지 부분은 금융감독원 조사국이나 검찰이 파견돼있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서 맡는 식으로 업무가 나뉘어져 있다.

콘트롤타워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다.
.
하지만 조사를 통해 내부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불공정거래행위를 했다고 밝혀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식을 내다팔았을 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내부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찾아내기는 매우 힘들다. 주가조작이나 시세조종은 정황상 데이터에서 명백하게 드러나는데 반해 내부자 거래는 본인이 시황을 보고 팔아야겠다고 맘먹고 팔았다고 하면 그것을 반증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김현철 상무는 말했다.

내부자거래에 대한 조사는 통상적으로 2, 3개월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조사 인력을 집중 투입해 절차를 최대한 단축시킬 방침이다.

한미약품은 호재와 악재성 공시를 하루 사이에 잇따라 내놓으면서 늑장공시에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조사를 통해 불공정거래 의혹을 사실로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