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집합시켜 폭행…교사 "장난치다 다쳤다고 해라"

학교 사후대응 도마 위…해당 교사 "의료보험 적용 안 될까 그랬다"

(사진=자료사진)
대전의 한 자율형 사립고에서 학생 간 폭행 사건이 발생해 교육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학교 측은 사건을 인지하고도 피해 학생에게 학교폭력 사실을 알리지 않도록 하는 등 미흡한 사후대응으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4일 대전시교육청과 해당 고교, 관련 학생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7시쯤 이 학교 3학년 학생 2명이 1학년 A(16) 군 등 1학년 학생 4명의 얼굴과 가슴 등을 수차례 때렸다.

명치를 여러 차례 맞은 A 군은 병원에 입원했으며 나머지 학생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및 피해 학생들은 모두 중국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해외유학반 소속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에서는 학년별 성적 우수자와 희망자를 선발해 해외유학반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PC방에 다녀오느라 유학반 수업에 늦었다는 이유로 3학년 학생들이 훈계 차원에서 1학년 학생들을 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폭력이 '훈계'보다는 '군기잡기'에 가까웠다고 주장한다. A 군은 "폭행이 이뤄진 건물 앞은 학교에서 외진 곳인데 선배들이 집합하라고 해서 모였더니 욕설과 함께 때렸다"며 "죄송하다고 해도 '우리 말이 말 같지 않느냐'며 계속 발로 차고 때렸다"고 주장했다.

A 군은 "현장에는 6~7명의 선배들이 더 있었지만, 폭행을 말리거나 교사에게 알리는 사람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해 학생들은 "선배들의 폭행은 하루이틀 이어진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학교 측이 사건을 접한 초기에 보인 모습은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건 당일 A군은 해외유학반을 담당하는 B 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A 군은 "선생님이 '친구들끼리 장난을 치다 넘어져서 다친 것으로 병원에서 진단을 받으라'고 했다"며 "오히려 상처를 본 의사 선생님이 집중적으로 맞은 부위가 있다며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 교사는 "그렇게 이야기한 것은 맞다"면서도 "학교폭력으로 진단을 받으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그랬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학교 측 역시 "이미 교육청에 보고도 했고 13일에 학폭위도 열 계획"이라며 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폭력 사건 때문에 해외유학반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볼까봐 쉬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학교 측이 지난달 30일에 사건 발생을 인지하고도 학교폭력 가·피해 학생들을 같은 층에서 그대로 생활하도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해당 학교는 CBS 취재가 진행되자 "학생들을 분리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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