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유족 부검 거부…"사망진단서 보니 부검도 뻔해"

규정에 어긋난 사망진단서, 병원 측에 수정 요청하기도

고 백남기 농민 부인 박경숙(오른쪽부터)씨, 법률대리인단 조영선 변호사, 단장 이정일 변호사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을 방문, 이은정 행정처장에게 병원장 면담요청과 함께 사망진단서 정정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지 317일 만에 숨진 농민 백남기 씨 유가족들이 부검을 거부하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와 함께 부검영장의 근거가 된 사망진단서가 규정에 어긋난 상태로 작성됐다는 점을 들어 이를 수정하도록 병원 측에 요청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4일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국립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들의 '부검 반대' 입장을 전했다.

정현찬 공동대표는 "유가족과 투쟁본부는 부검을 전제로 한 협상에는 결코 응할 수 없다"며 "물대포에 의한 죽음이 충분히 입증됐는데도 불구하고 '병사'라는 사망진단서가 나오는 것만 보더라도 (부검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검을 전제로 한 종로경찰서의 협상에 응하거나 협상단을 꾸린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앞서 '급성 신부전증에 의한 심폐정지(질병사)'라는 사망진단서를 토대로 사인을 명확히 하겠다며 부검 영장을 조건부 발부받은 상황.

일단 집행을 미룬 경찰은 유족 측에 대표자 선정 및 일시 장소 등에 대한 협의 요청 공문을 보내고 이날을 기한으로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

유가족과 투쟁본부가 이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가운데, 법률대리인단은 '영장을 공개하라'며 경찰을 압박했다.

법률대리인 단장 이정일 변호사는 이날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면서 유족과 협의하라고 명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절차에 대한 의사결정을 준비하는 등 유족의 절차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영장의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영선 변호사는 "이번에 발부된 부검영장은 일부 변호사나 판사들이 이런 경우를 처음봤다고 할 정도로 굉장히 이례적인 것"이라며 "협의 전에 최소한 영장에 어떤 단어가 사용됐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법률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백남기 씨 부인 등 유가족과 투쟁본부 측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병원 측에 사망진단서 수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접수했다. 병원장 및 부원장과의 면담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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