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경제교사도 "미르·K스포츠 의혹, 전경련 해산"

보수·진보 지식인들 공동성명 이어져

(사진=자료사진)
청와대 개입 의혹 속에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 설립을 위해 대기업을 상대로 800억원에 가까운 출연금을 거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해산을 촉구하는 보수·진보 지식인들의 공동 성명이 나왔다.

국가미래연구원(김광두 원장)과 경제개혁연대(김상조 소장)는 4일 '전경련 회원사들의 결단을 권고한다'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통해 "의혹의 핵심인 전경련이 새로운 재단을 설립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회원사들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의 발전에도 역행하는 전경련은 그 존립 근거를 잃었으므로, 회원사들이 결단을 내려 전경련을 해산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대는 각각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고 있다. 특히 개혁적 보수를 내세우고 있는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은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박근혜 후보 선거캠프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한 때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리우기도 했다.

두 단체는 성명에서 "전경련은 설립 목적으로 자유시장경제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 정경유착은 민주주의와 시장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자유시장경제 창달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며 "스스로 설립 목적을 부정하고 국민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전경련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특히 최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최근 전경련은 회원사들보다는 상근 조직인 사무국의 자체 논리에 따라 운영되는 등 내부통제장치가 완전히 붕괴되었고, 그 결과 외부의 부적절한 요구를 회원사들에게 강요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전경련이 정치적 목적과 연계될수록 회원사들과는 더욱더 멀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며, "회원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회원사들이 통제하지도 못하는, 따라서 회원사들에게 오직 부담과 불만의 대상이 된 전경련이 존속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성명은 "의혹의 대상이 된 전경련이 문제해결을 주도하는 방식으로는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보다 근본적으로, 전경련 스스로가 주창해온 '시장경제의 창달'을 위해서도, 그리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서도, 이제 전경련은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차제에 재계는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미래연구원·경제개혁연대 성명 전문
전경련 회원사들의 결단을 권고한다

1. 전국경제인연합(이하 전경련)이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정경유착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의혹의 핵심인 전경련이 문제가 되고 있는 두 재단을 해산하고 이를 통합하여 새로운 재단을 설립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과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는 회원사들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의 발전에도 역행하는 전경련은 그 존립 근거를 잃었으므로, 회원사들이 결단을 내려 전경련을 해산할 것을 권고한다.

2. 언제나 그러하듯이, 과거 역사의 해석에는 논란이 따른다. 전경련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선봉에 섰다는 측면을 강조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존재한다. 문제는 현재다. 한국경제는 더 이상 전경련의 과거 역할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지만, 전경련은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전경련은 1961년 7월 ‘경제재건촉진회’라는 이름으로 발족했다. 재벌기업들이 ‘부정축재자 처벌’을 피하는 대신 ‘경제재건에 헌신할 것’을 약속한 결과다. 이후 전경련은 정경유착의 창구 역할을 하였고, 각종 특혜와 부정부패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1988년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을 전경련이 주도적으로 나서 모금한 사실이 5공 청문회에서 밝혀졌고, 1995년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을 제공한 재벌총수들이 줄줄이 기소되어 유죄 선고를 받았다. 1995년 11월 3일 전경련 회장단은 “음성적 정치자금은 내지 않겠다”며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불법정치자금 스캔들은 계속되어 1997년 세풍사건, 2002년 불법대선자금 사건에 많은 재벌들이 연루되었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전경련은 형식적인 사과와 윤리선언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할 뿐 근본적인 자정과 개혁 노력은 도외시했다. 2011년에도 전경련이 주요 회원사들에 로비 대상 정치인을 할당하는 문건이 폭로되어 물의를 빚었고, 올해는 친정부 성향의 우익단체인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댔다는 의혹에 이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사건까지 연이어 터졌다.

전경련은 설립 목적으로 자유시장경제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 정경유착은 민주주의와 시장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자유시장경제 창달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스스로 설립 목적을 부정하고 국민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전경련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3. 재벌대기업과 각종 협회를 중심으로 600개 회원을 두고 있는 전경련은 경제단체로서의 대표성도 인정받기 어렵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두 포함하여 16만개 기업이 가입해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나 노사관계 영역을 전담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와는 달리, 전경련은 소수 재벌대기업의 기득권만을 옹호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경련은 소위 경제5단체의 맏형으로서 재계 전체의 대표를 자임해왔는데, 이는 재벌 중심의 경제성장을 추진했던 과거의 낡은 유산을 청산하지 못한 결과이다. 공정성과 사회통합이 시대정신으로 부상한 지금 소수 재벌대기업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전경련에 재계 대표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어떠한 정당성도 없다.

4. 한국경제도 발전했고, 세계경제도 달라졌다. 변화한 환경에 맞추어 전경련은 활동 목적과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했었어야 한다. 회원사, 더 나아가 기업 전체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변할 수 있도록 조직을 일신해야 했고, 이익단체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회원사들의 경영윤리를 확립하는 자율규제기구로서의 기능도 강화해야 했다.

그러나 전경련은 자정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최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최근 전경련은 회원사들보다는 상근 조직인 사무국의 자체 논리에 따라 운영되는 등 내부통제장치가 완전히 붕괴되었고, 그 결과 외부의 부적절한 요구를 회원사들에게 강요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전경련이 정치적 목적과 연계될수록 회원사들과는 더욱더 멀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회원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회원사들이 통제하지도 못하는, 따라서 회원사들에게 오직 부담과 불만의 대상이 된 전경련이 존속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최근 전경련은 문제가 된 두 재단을 해산하고 새로운 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의혹의 대상이 된 전경련이 문제해결을 주도하는 방식으로는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전경련 스스로가 주창해온 ‘시장경제의 창달’을 위해서도, 그리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서도, 이제 전경련은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차제에 재계는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대는 회원사들이 결단을 내려 전경련을 스스로 해산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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