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국정집필진 37명, 공산당 학습받나 생각 들 정도"

4일 '심의위원 겸직' 시인…"집필진 몰라, 공산당 학습 받았나 싶을 정도"

국정감사에서 '기행'(奇行)으로 논란을 빚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기동(73) 원장이 박근혜정부가 '밀실 편찬' 중인 한국사 국정교과서의 편찬심의위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편찬심의위원 16명 가운데 그 면면이 공개되긴 이 원장이 처음이다.

이기동 원장은 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는 국정교과서를 편찬하는 기관의 위원이자 19년전부터 위원"이라며 "역사 관련 연구소의 책임자들을 아마 자동적으로 겸직시킨 모양"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언급은 그동안 철저하게 베일에 쌓여왔던 국정교과서 집필진 및 심의위원의 면면을 가늠케 한다. 이 원장이 맡고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우익 편향의 이른바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다수 포진해있는 정부 출연기관이다.

이 원장 역시 고(故) 이병도 서울대 교수의 제자로,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과정에서 찬성 의사를 적극 피력했던 인사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에는 지난달 21일 선임됐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11월말 "초빙과 공모를 통해 편찬심의회를 16명으로 구성했다"면서도 위원 면면은 비밀에 부쳐왔다.

이 위원장은 초본 집필까지 마친 국정교과서에 대해 "저는 목차 정도만 봤다, 목차 제목 정도만 쭉 보면 다 안다"며 "이제 한 달 반 뒤에는 전모가, 실물이 완전 공개된다"고 했다.

교과서 집필진에 대해선 "37명이 동원됐다는데 누구인지는 모른다"며 "무슨 공산당 학습을 받았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라고도 했다.

당초 교육부는 36명 규모로 집필진을 꾸리려다가 공모를 통해 17명을 추가 선정, 47명으로 확정했다고 지난해 11월말 규모만 공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신상이 공개된 집필진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최몽룡 명예교수와 이화여대 인문과학부 신형식 명예교수 등 단 2명이었지만, 그마저도 최 교수는 성희롱 파문에 휘말려 자진사퇴했다.

이기동 위원장은 '밀실 편찬'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 "일반 회사에서 무슨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무슨 비스킷이라고 해도 밀가루와 설탕의 배분 같은 걸 국민들한테 전부 중간 중간 설명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집필 및 심의위원이 우편향 인사로만 채워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국사책이란 게 300~400 페이지에 도판 사진이 많아 실제 해설하는 글은 얼마 안된다"며 "누가 써도 같은 이야기"라고 했다.

이 원장은 특히 국정교과서의 근현대사 축소 방침에 대해서도 "근현대는 전부가 사건사이자 운동권 연표"라며 "항목을 한두 줄씩 해설하는 것일 뿐, 50~100년을 폭으로 한 구조적인 분석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 권력에 대한 대항사로만 현대사를 꾸민다면 애들에겐 반항심 고취의 수단이 될 것"이란 주장도 덧붙였다.

이 원장은 제주 4.3항쟁에 대해서도 "완전 진압될 때까지 1년 반 이상 걸렸고 전개 과정에서 성격이 많이 변했다"며 "발단 과정은 남로당의 프락치에 의해 최초 봉기가 일어났지만 전개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주민 학살이 막 섞여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정권 실세'로 거론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부회장이 자신을 원장으로 추천한 데 대해서는 "거짓말 같지만 저도 처음 알았다"고 했다. 자진 사퇴 여부에 대해선 "글쎄, 그러면 대한민국은 1년에 한 기관에서 몇십 명이 사퇴하고 보임되고 할 것 같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야당측이 이 위원장의 즉각 해임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교육부 역시 국감에서 보여준 이 위원장의 언행에 대해 '심각한 상황'으로 간주하고 있는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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