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운동권 연표같은 근현대사, 반항심만 키워"

-망언? 혼자 화장실서 푸념했을 뿐
-4.3사건, 양민학살 부분 인정했다
-연구소 책임자로서 심의위원 맡아
-교과서 집필과정 일일이 공개안돼
-사퇴요구? 개인적 푸념, 사퇴불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새파랗게 젊은 것들한테 이 수모를 당하고 못해 먹겠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이기동 원장. 지난 30일 국감에서 말한 이 발언 때문에 정치권은 물론이고 여론이 지금 떠들썩한데요. 단초는 이거였습니다. 국감에서 더민주 유은혜 의원이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하자 논쟁이 일어났고요.

논쟁이 오간 후에 자리를 박차고 화장실로 간 이기동 원장이 ‘젊은 것들한테 수모당하고 못살겠다’라는 발언을 했다는 겁니다. 이 화장실 발언을 직접 들은 신동근 더민주 의원은 어제 저희가 인터뷰를 했고요. 이기동 원장의 반론을 듣고 싶어서 저희가 어렵게 섭외를 했습니다. 이기동 원장, 직접 만나보죠. 이기동 원장님 나와계십니까?

◆ 이기동> 네.

◇ 김현정> 그러니까 국정감사가 열린 30일에 국감장을 박차고 화장실로 가신 것이요. 욱하는 마음에 그러신 건가요?

◆ 이기동> 욱한 게 아니라 완전히 100%로 생리적인 일이었습니다. 제가 한 시간에 한 번꼴로 잠깐 화장실에 들러야 되는 그런 실정입니다.

◇ 김현정> 어디 약간 생리적으로, 신체적으로 좀 불편하신 건가요?

◆ 이기동> 감사장을 피하려고 한 게 아니고 생리적으로 많이 참았고, 또 앞에 물도 꿀꺽꿀꺽 먹었더니 요기를 느껴가지고 그래서 간 거예요.

◇ 김현정> 그런데 가신 것까지는 좋았는데요. 화장실에 가서 비서한테 ‘새파랗게 젊은 것들한테 내가 수모를 당하고 못해먹겠다’ 이거는 어떻게 하시게 된 발언인지요?

◆ 이기동> 그게 제 버릇대로 하면 ‘아유, 이거 못해먹겠다’라고 하는 그런 푸념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걸 보세요, ‘새파랗게 젊은~’ 그렇게 길게 호흡을 할 수 없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그 기억은 없으세요?

◆ 이기동> 그렇죠. 내가 직접 젊은 후배들에게 ‘새파란 친구들’ 그런 말은 씁니다. 그러나 혼자 얘기하는데 ‘새파랗게 젊은’이라고 뭘 부사로 수식을 하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별로 잡아떼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 성품도 아니에요. 화장실에 저하고 비서가 곁에 있었고 그 외에는 없었어요. 누가 있었으면 제가 그런 이야기를 했겠어요? 더민주 신동근 의원이 거기에 뻔히 있었으면 그 사람 앞에서 무슨 그런 말을 했겠습니까?

◇ 김현정> 아, 그러니까 신동근 의원을 못 보셨군요?

◆ 이기동> 못 봤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따라서 수모를 당했다라는 말은 정확히 했지만 ‘새파랗게 젊은 것’이라는 말을 한 기억은 없다는 말씀이에요?

◆ 이기동>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속마음은 새파란 친구들한테 이렇게 질문 받는 것에 대해서 못마땅한 생각은 있으셨던 거예요?

◆ 이기동> 그분들이 7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질의를 하니까 가급적 본인들이 발언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의원들이 ‘~이렇죠?’ 하고 자기식의 결론을 내리고 ‘그러냐’, ‘아니냐’라는 양자택일을 강요하는데 사물이라는 게 그렇게 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부연설명하면서 뭘 말하려고 그러면 말을 끊고 말이죠.

◇ 김현정> 그것이 굉장히 언짢으셨군요?

◆ 이기동> 저희는 학교 수업에서 그런 식으로 안 하는 거죠. 원래 학생들한테 더 많은 발언시간을 주는 거죠.

◇ 김현정> 그런데 ‘젊은 것들’ 발언은 비공식 화장실 발언이라고 하지만, 공식석상에서 하신 발언들 중에서도 여러 가지 논란이 있는 게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제주 4.3사건인데요.

◆ 이기동> 제가 강하게 힘차게 이야기 안 하면 저 늙은이가 무슨 돌은 것 같다느니, 치매니 그렇게 면박을 막 바로 앞에서 주더라고. 그런데 의원은 그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치매니 뭐니 그런 면박을 마구 해도 되는 겁니까? 인격모독을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예요?

◇ 김현정> 그게 많이 언짢으셨어요?

◆ 이기동> 이거는 아마 일선 경찰서의 형사들도 요새는 피의자들을 그렇게 다그치지 않을 겁니다. 이건 도대체 이게 무슨 국정감사인가? 그 내용이 국정과 관련이 없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얘기하다 보니까 ‘제주 4.3 사건, 공산 폭도들에 의한 것 맞나요?’라고 물었을 때 ‘저는 그렇게 봅니다’ 이렇게 똑 부러지게 말씀하신 것이군요?

◆ 이기동> 아유, 자 보세요. 4.3이라는 건 완전 진압될 때까지 1년 반 이상이 걸린 거예요. 역사적으로 한 번 봐요. 처음 일어날 때와 그 전개 과정에서 성격이 많이 변하는 겁니다. 운동이라고 하는 건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변질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 할 수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발단과정, 남로당의 프락치죠. 김달삼이라고 하는 남로당의 제주 총책인 교사에 의해서 최초 봉기는 일어났으나 그 후에 전개 과정에 있어서 소위 군경이 거의 무차별적인 주민 학살을 한, 그러니까 막 섞여 있었죠.

◇ 김현정> 그러면 교수님, 정리를 좀 하자면 4.3 항쟁의 맨 처음 시작, 시발점은 남로당이지만요. 그 후에 희생자들, 공식 희생자만 1만 4000여 명이 숨지지 않았습니까? 그 분들은 공산 폭도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 이기동> 그러니까 아닌 사람이 대부분이겠죠.

◇ 김현정> 그러면 국감 자리에서 그렇게 ‘양민들이 대부분 무고하게 학살이 됐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과정에서 공산당 세력도 일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하시지 않고 왜 폭도들에 의한, 공산 폭도들에 의한...

◆ 이기동> 아니, 저는 처음에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다 보니까, 시초를 얘기하는데 거기서 끊고서 얘기를 그렇게 한 겁니다.

◇ 김현정> 얘기를 못 하게 끊어버린 거예요?

◆ 이기동> 네, 얘기를 끊어버리고 거기서부터 한 거예요. 아유, 그것 참... 제가 분명히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그게 전모가 아니고 그래서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전개 과정은 즉 진압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다수 학살됐다고 하는 발언을 해서 오영훈 의원님도 납득을 하셔가지고 수긍을 하시고 끝난 겁니다.

이기동(73)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또 한 가지는요, 지금 역사 국정화 교과서가 초본 작업까지 마친 걸로 알려졌는데 초본을 보셨다고요?

◆ 이기동> 아니, 그건 그게 뭐... 이제 한 달 반 뒤에는 전모가 실물이 완전 공개됩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걸 어떻게 보셨어요?

◆ 이기동> 그게 그렇게 급합니까?

◇ 김현정> 아니, 국회의원들한테도 기밀이라고 해서 안 보여준다는데요?

◆ 이기동> 그러나 저는 그걸 편찬하는 기관의 위원입니다. 19년 전부터 위원이에요.

◇ 김현정> 아, 편찬심의는 맡으신 겁니까?

◆ 이기동> 그거는 지금 역사 관련 연구소의 책임자들을 아마 자동적으로 겸직을 시킨 모양입니다.

◇ 김현정> 아, 그래서 심의를 맡으셨군요?

◆ 이기동> 그런 정도만. 이거는 교육부에서 싫어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목차만, 목차의 제목만 쭉 보면 다 압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근현대사 비중을 좀 줄여라’ 이렇게 개인의 의견을 말씀하셨다고요?

◆ 이기동> 원래 그거는 근현대는 전부가 사건사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역사 사전에 항목 그냥 한두 줄씩 해설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시간적인 폭, 즉 50~100년을 폭으로 한 구조적인 분석이 전혀 없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런데 아이들한테 알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근현대사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시작한 역사를요?

◆ 이기동> 그게 소위 운동권 연표인데요.

◇ 김현정> 운동권 연표라고 생각하세요? 우리가 민주주의를 확보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 안 하세요?

◆ 이기동> 네, 한번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교과서라는 게 뭡니까? 이게 또 자라나는 세대인데 쉽게 이야기해서 소위 국가 권력에 대한 대항사로서, 항쟁사로서만 현대사를 꾸민다면 애들은 계속 소위 반항심 고취가 하나의 수단이 되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런데 원장님. 그런 역사관을 확고하게 가지고 계시다 보니까 한편에서는 ‘원장님 같은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분은 국정교과서 편찬 작업, 심의작업에서는 좀 제외시켰어야 되는 것 아니냐. 워낙 지금 극과 극으로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니까’ 이런 이야기도 나옵니다, 적합치 않다는 의견이요.

◆ 이기동> 국사책이라는 건 생각해 보세요. 300~400 페이지에 도판 사진이 많고 해서 실제 해설하는 그 글은 얼마 안 되는 겁니다. 저희가 책에서 보면 아주 간단한 그저 한국사 편람밖에 안 되는 거예요. 그렇지 않습니까?

◇ 김현정> 전문가들이 보시기에는 사실은 교과서가 간단한 거죠.

◆ 이기동> 솔직한 이야기로 누가 써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거의 비슷한 얘기예요.

◇ 김현정> 지금 편찬심의를 하셨는데 그래도 ‘이렇게 극단에 있는 보수, 진보 극단에 있는 분들은 좀 빠졌어야 되지 않느냐?’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기동> 그러면 어떤 사람이 심의를 하나요. 작년 9월에 완성된 교과서 집필준거안이라는 어려운 말이 있는데요. 이건 말하자면 교과서 집필의 지침서입니다. 일단 그게 채택됐기 때문에 필자도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집필해야만 됩니다.

◇ 김현정> 그래서 말입니다. 이렇게 사실 국사 국정교과서 때문에 논란이 컸던 상황이니까 좀 집필위원은 누구고, 편찬위원은 누구고, 심의위원은 누구고 이거 다 공개하면 안 되나요? 이렇게까지 비밀로 해야 할까요?

◆ 이기동> 이건 일반 회사에서 무슨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무슨 비스킷이다고 한다면 밀가루하고 설탕의 배분 이런 걸 국민들한테 전부 중간 중간 설명하는 건 아니고요. 제품이 나와서 심판을 받는 거죠.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역사 교과서는 비스킷이 아니지 않습니까?

◆ 이기동> 아니, 비유하자면. 그러니까 일단 필자들한테 맡기는 거죠. 어떻게 합니까? 일주일분씩 써서 공개해가지고 어디에 올려서? 그렇게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 김현정> 물론 그렇게까지는 아니겠고 최종본이 나오면 누구나 평가를 하게 되겠죠. 그런데 일단 지금 집필진의 이름조차 공개를 못한다라는 건 좀 이해하기가 어려워서요?

◆ 이기동> 저도 37명이 동원됐다는데 누구인지는 모릅니다.

◇ 김현정> 서로서로 다 모르는 상황인가요?

◆ 이기동> 네, 나는 그래서 ‘무슨 공산당 학습을 받았나?’ (웃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예요.

◇ 김현정> 그나저나 여러 가지 이야기가 참 국감장에서 많이 나와서 말인데요. 그런데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이기동 원장을 적극 추천했다. 그러면서 혹시 윗선의 입김이 이승철 부회장 통해서 이렇게 전달된 건 아니냐?’ 이런 의혹도 제기가 되는데요.

◆ 이기동> 글쎄 저도 처음 알았어요. 이게 참 거짓말 같은데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 김현정> 이승철 부회장 모르세요?

◆ 이기동> 개인적으로는 모르지만 혹시 그이가 (제가 쓴) ‘비극의 군인들’ 혹은 ‘전환기의 한국사학’ 책을 혹시 읽어봤을 수는 있겠죠.

◇ 김현정> 여하튼 지금 야당에서는 국감이 끝난 후에 원장님이 사퇴해야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 이기동> 지금 사퇴? 아마 상급 기관에서 조치를 취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자진사퇴할 이유는 없다고 보시는 건가요?

◆ 이기동> 자진사퇴... 글쎄 그러면 대한민국은 1년에 한 기관에서 몇 십 명이 사퇴하고 보임되고 할 것 같은데요?

◇ 김현정> ‘이런 걸로 사퇴한다면?’ 그 말씀인 거죠.

◆ 이기동> 제가 무슨 정면에서 국회의원을 향해서 모욕을 한 것도 아니고 혼자 푸념이라고 하나요? ‘힘들어서 못해먹겠다고 하는 그런 발언도 못하는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제가 나중에 그랬어요. 저의 부덕한 소치로 회의가 늦어지고 그래서 죄송하다고 아주 포괄적으로 사과를 한 거예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워낙 국감 이후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이슈화되고 있어서 원장님 직접 의견을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제가 오늘 연락드렸습니다.

◆ 이기동> 단 공평하게 해 주십시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이기동 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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