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수출계약 파기 "다분히 의도적"

악재 속 호재공시 강행, 늑장공시 놓고 의혹 가시지않아

한미약품 사옥 (캡처=한미약품 홍보영상)
한미약품의 수출계약파기 공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늑장공시로, 한미약품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번 한미약품의 수출계약파기 공시는 공시사유가 발생한 다음날 안에 공시하도록 돼있는 자율공시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이 베링거잉겔하임으로부터 수출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것은 29일 오후 7시 6분이고 이를 공시한 것은 다음날인 30일 9시 29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늑장공시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29일 장 마감 후인 오후 4시 33분 미국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경구용 표적 항암제 기술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호재성 공시를 했기 때문이다.

이 호재성 공시가 아직 시장에 반영되기 전이기 때문에 수출계약 파기라는 악재성 공시를 하려고 하면 늦어도 다음날 장이 열리기 전에는 했어야 했다.

그런데 장이 열리고 30분쯤 지난 오전 9시 29분에 수출계약 해지 공시를 했다.

그로 인해 그 사이에 영문도 모르고 호재성 공시를 보고 투자를 했던 많은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됐다.

한미약품 측은 거래소와 불성실 공시여부에 대한 협의를 하다 보니까 늦었다고 하지만 이것은 적절한 변명이 되지 않는다.

기업의 공시는 거래소와 협의를 해야 하거나 거래소로부터 승인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공시담당자에게는 상식에 해당된다.


특히 아직 시장에 반영이 안된 호재성공시가 나온 마당이기 때문에 악재성 공시가 있다면 개장 전에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시는 오전 7시부터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한미약품은 증시 개장 30분 전인 오전 8시 30분에야 거래소에 수출계약 파기 공시 문안을 들고 와서 한미약품 담당자와 불성실 공시여부를 전화로 협의했다고 한다.

거래소 한미약품 담당자가 중대사안이니만큼 불성실 공시여부를 떠나서 바로 공시하라고 했는데도 바로 공시가 되지 않고 오전 9시 30분이 다돼서 공시가 이뤄졌다.

결국 수출계약 해지 통보 이후 14시간이 지나 늑장공시가 이뤄진 셈으로, 왜 그렇게 늑장공시를 할 수 밖에 없었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특히 베링거잉겔하임이 1조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해지하면서 사전에 아무런 협의 없이 29일 갑자기 이메일로 해지통보를 했다고는 볼 수 없다.

한미약품 측에서는 이미 베링거잉겔하임과 수출계약 해지문제를 협의하고 있었고 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수출계약 해지통보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 본다면 해지 통보를 받은 뒤 공시까지 14시간이나 걸린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베링거잉겔하임과 수출계약해지 협의가 이뤄지고 있고 곧 해지 통보가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한미약품측이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했다는 호재성 공시를 했다는 점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 호재성 공시는 자율공시로, 규정상 의무사항이 아니다. 적어도 베링거잉겔하임과의 수출계약해지가 곧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으면 굳이 공시를 안해도 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한미약품은 호재성 공시를 강행했고, 다음날 장이 열린 후 30분이 지나서야 이해하기 힘든 베링거잉겔하임과의 수출계약해지라는 악재성 공시를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한미약품의 늑장공시는 다분히 특정 의도가 있었다는 의혹을 살만한 충분한 정황이 있다. 그래서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한미약품 공시의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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