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생명력을 살리는 농사 비법 9가지

신간 '호미 한자루 농법'

'호미 한자루 농법'은 유기농법을 알려주는 단순한 매뉴얼이 아니다. 우리 삶의 기반, 우리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질문이다. 20년 가까이 농사를 짓고 연구하고 실험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저자 안철환은 작고 적게 짓는 자급농사를 통해 그에 답하고자 한다.

그의 농사 비법은 도시에서 작은 텃밭을 꿈꾸는 도시농부뿐만 아니라 귀농, 귀촌인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농장까지 유용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농사의 근간이 되는 땅을 보호하고 땅심을 살리는 일부터 어떤 작물을 언제, 어떻게 심고 거두는지, 왜 거름을 사서 쓰면 안 되는지, 주변에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어떻게 좋은 거름을 만들 수 있는지, 물은 왜 적게 주어야 하는지 등 자급농의 핵심 노하우를 꼼꼼히 되짚었다. 호미 한자루로 짓는 농사는 몸을 움직여 먹거리를 키우고 삶을 살찌우며 노동의 가치를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시골 가서 농사나 짓고 살아야지’라는 말은 농사의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금의 농사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저자 안철환은 지금의 농사를 일컬어 ‘수탈농사’라고 부른다. 높은 생산량을 목표로 다수확주의 농사를 하다보니 땅이 스스로 회복할 힘을 빼앗긴 채 고갈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른 비용과 노동력도 쉽게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고된 노동 끝에 농부들을 기다리는 것은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이다. 왜곡된 농사의 악순환은 땅과 사람을 병들게 한다. 저자가 지적하듯 지금의 왜곡된 농사의 원인은 자명하다. ‘우리’가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5%만이 농사를 짓는다. 시골의 고령화된 노동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넘어서 각종 농기계·농자재 및 시설물, 화학비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생산된 수확물이 과연 건강할까? 자연의 본성을 잃어버린 기형적인 작물들은 과도한 ‘관리’를 통해 길러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작물의 본래 성격에 맞게 자연스럽게 키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고 적게 키워야 한다. ‘아마추어 농부’들에게는 그편이 더 잘 맞고 우리의 전통농업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는 인위적인 에너지와 자재 없이 짓는 지금의 도시농업에도 잘 맞는다.


“예부터 농부를 구분하길, 게으른 하농은 풀만 키우고, 부지런한 농부는 곡식을 잘 수확하나, 진정한 농부는 흙을 살린다 했다. 그러니까 참농부란 흙을 잘 다스리는 데 있다.” 생명을 품는 땅은 그야말로 농사의 시작이자 마침표다. 저자의 농사 비법의 핵심은 땅이다. 생명을 품는 땅이 건강하면 농사의 절반 이상은 성공이다. 살아 있는 흙 속에는 천연살균제도 있고 거름도 있다. 그러니 어찌 쉽지 않겠는가? 흙을 살리면 친환경 유기농사, 생태농사는 저절로 된다. 먹고 싶은 작물이 아니라 땅에 맞는 작물을 고르고, 파종과 수확 시기, 거름의 종류와 그것을 만드는 방법, 물 주는 방식까지 모든 생명의 과정은 땅의 생명력과 무관하지 않다.

저자는 이 과정을 9가지 핵심으로 정리하고 곳곳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심어두었다. 1) 작고 적게 키우기 2) 땅에 맞는 걸 심기 3) 땅을 갈지 않기 4) 직접 만들어 거름 쓰기 5) 늦게 심어 적기 맞추기 6) 직파하기 7) 물을 적게 주기 8) 혼작, 윤작하기 9) 씨앗 받는 농사짓기. 이 아홉까지 원칙만 지켜내도 자급농사는 부족함이 없다. 아니, 충분하다.

이 방법 중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것도 있다. 땅을 갈지 않거나, 물을 적게 주거나 혹은 주지 말라는 등의 설명이 그렇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농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품고 있는지 혹은 상업농에 기울어진 상식들을 갖고 있는지 방증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씨받기도 호미 한자루로 짓는 농사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원칙이다. 사실상 토종 씨앗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설령 구하더라도 자가채종 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토종은 오랜 세월 우리 환경, 우리 자연, 우리 고향에서 재배되어왔기 때문에 우리 입맛과 몸에 잘 맞는다. 비록 우리 조상들을 가난했을지라도 종 다양성을 실천하는 육종가들이었다. 일례로 우리가 물려받은 콩 종자는 4천여 가지가 넘었고 벼 품종은 1천 5백여 가지 가까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콩은 아무리 많아도 100가지 이상 아는 사람이 없고 벼 품종도 50여 가지 남짓 남았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의 후손에겐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조상들에게 받은 것은 공짜가 아니다. 그 대가는 작물의 후손을 번식시킴으로써 갚아야 하는 일이다. 이게 바로 지속가능한 생태적 삶의 근본이다.

안철환 지음 | 들녘 | 216쪽 | 13,000원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