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넘어선 파괴력에 공직자들은 숨죽였고 국민들은 환호했다. 더치페이(각자 계산)가 순식간에 정착됐고 청탁과 선물이 사라졌다.
한밤의 향응은 아득한 옛일이 됐고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영란법의 단 일합이 ‘부패 공화국’에 종언을 고하는 듯하다.
◇ 일부 업종 심각한 타격…성장절벽 오나
여의도 국회나 정부청사 주변의 고급음식점은 직격탄을 맞았다. 구내식당이나 저렴한 식당을 찾으면서 개점휴업 분위기다. 60년 전통의 한정식집 ‘유정’처럼 폐업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의도의 A 한정식집 관계자는 “국회에다 은행 손님까지 줄면서 매출이 3분의 1로 떨어졌다. 이 정도일 줄 몰랐는데 정말 심각하다”고 한숨을 내쉬었고, 광화문의 B 한정식집 관계자는 “손님이 전혀 없다. 다들 몸을 사리고 있나본데 문닫기 일보 직전”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국내 외식업 연간 매출이 4조15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승진 등 축하 난과 결혼식 화환을 꺼리면서 화훼업계는 주문량이 30~40% 가량 줄었고 골프장도 성수기임에도 비까지 겹치면서 예약률이 10~20% 떨어졌다.
유통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직무관련성 등 모호한 규정으로 선물문화 자체가 위축되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민간소비가 더욱 위축되면서 ‘성장절벽’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6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음식업, 골프장, 선물 관련 산업 등에서 연간 11조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김영란법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소매업이 직격탄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 경제 최대 걸림돌은 ‘부패’…경제 선진화 밑거름
한국경제의 최대 걸림돌이 ‘부패’였다는 점에서 선진국 진입과 경제 도약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부패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심각한 방해물“이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국제투명성기구의 조사 결과 지난해 한국의 부패지수는 100점 만점에 55점으로 168개국 중 37위에 불과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은 약 10조원의 접대비를 썼고 그중 10분의 1인 1조원 이상을 유흥업소에서 사용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부패로 성장하는 나라는 없다”며 김영란법을 제안한 이유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청렴도를 OECD 평균까지만 높여도 경제성장률이 0.65%포인트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7%인데 3.35%로 올라간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는 “오히려 성장률 상승 효과를 과소평가한 것 같다”면서 “연줄이나 빽에 의한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불확실성이나 리스크가 제거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 선진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이사는 “부정청탁이나 뇌물 등으로 발생했던 많은 비효율과 비용이 없어지면서 당장은 특정 분야에 피해가 발생하겠지만 이를 경제 전반에서 보완하고도 남을 사회적 후생(厚生)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