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낮 서울 광화문 식당가의 한 한식집.
점심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더치페이(각자 계산)를 하려고 각자 지갑을 꺼냈다.
하지만 일부 손님의 경우 지갑을 두 번 이용했다. 이들은 1인당 김영란법 허용한도인 3만원을 넘는 식사를 한 뒤 3만원까지는 법인카드로, 나머지 액수는 개인카드나 현금으로 결제했다.
몇 명이 먹었는지 흔적으로 남기지 않기 위해 영수증에 총액만 나오게 해달라는 요구도 많았다.
식당 주인 A씨는 "손님들이 식사메뉴 내역이 나오지 않게 (영수증에) 총액만 뽑아달라고 많이들 요청한다"고 전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B씨는 "혹시라도 위반하는 경우가 생길까봐 현금으로 결제하게 된다"고 말했다.
공무원의 아내 C씨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편 명의의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않게 된다"면서 "모임에 나가서도 가급적 현금을 쓰게 된다"고 밝혔다.
란파라치 등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가명으로 예약하거나 식사 후 따로 나가는 경우도 많아졌다.
공무원 D씨는 "외부 사람을 만날 경우 가명으로 예약하고 시차를 두고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경제 양성화 차질 우려까지
특히 단속을 피하려는 현금결제 급증은 자칫 김영란법의 그늘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인천대 경영학과 홍기용 교수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적발 근거를 남기지 않기 위한 현금 거래가 증가한다면 지하경제 양성화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사자의 내부고발이 아니면 결제 방식이나 현금결제 액수를 확인해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딱히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이에 대해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편법, 꼼수에 골똘하기보다 우리의 품위를 찾아야 한다”며 국민의 협조를 간곡히 당부했다.
성 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에게 부패 DNA를 물려줄 수는 없다"면서 "청탁, 연줄, 빽 이런 것 없이 누구나 공정하게 실력과 기술로 경쟁하고 평가받는 것의 시작이 ‘김영란법’이라고 한다면 그런 우회로 찾기는 너무 자존심 상하는 것이 아니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