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대학마다 신입생 확보 방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동안 입시설명회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진학담당 교사 등을 찾아다니며 식사 대접을 하거나 기념품 등을 관행적으로 제공해 왔으나 이제는 법에 저촉될까 봐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다.
국공립대학보다 상대적으로 신입생 유치 경쟁이 심한 사립대·전문대는 대응 방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 입시설명회 중지·기념품 제작 중단
김영란법 발효로 그동안 대학이 시행해 온 입학설명회나 교사 간담회, 세미나 등 학생 유치 활동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충남지역 한 대학은 매년 1∼2차례 열던 3학년 부장교사, 진학부장 교사 초청행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입학설명회는 입시전형과 면접방법 등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하고, 가능하면 입시박람회 참가나 대학연합 입학설명회 개최 같은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1일 말했다.
입시설명회에서 학생들에게 제공하던 기념품도 아예 제작하지 않기로 했다.
부산 모 사립대도 매년 수학능력 시험 이후 개최하던 교사·학생 초청설명회를 올해는 중단할 방침이다.
대신, 온라인 홍보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광주의 한 대학도 교사 간담회를 열지 않기로 입장을 정했고, 기념품 제작을 중단할지 검토 중이다.
울산의 한 사립대는 그동안 고교 방문 시 학교를 통해 교사에게 건넸던 우산이나 벨트 등 기념품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입시설명회에 온 학생들에게 나눠줬던 학용품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계속 제작할 예정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교육부에 질의한 후 입시설명회는 계속 열기로 했다"며 "고교 교사에게 대학 구내식당 음식을 제공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얻었지만, 혹시 문제가 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 교사 대상 학생 유치 활동은 어찌하나…속 타는 대학
김영란법에 맞춰 설명회 축소, 기념품 제공 중단 등을 결정하면서 대학의 고민은 교사를 대상으로 어떻게 신입생 유치활동을 벌이느냐에 모이고 있다.
진로 담당 교사나 담임교사의 판단이 학생들이 어떤 대학에 원서를 넣는지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신입생 유치 경쟁이 심한 사립대·전문대의 고민이 상대적으로 깊다.
대구 모 전문대 관계자는 "예년에는 고등학교 방문 때 음료수 등을 풍족하게 준비하고 때에 따라 식사까지 대접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며 "학교 마크가 찍힌 기념품은 줄 수 있다고 해도 치약이나 칫솔 등 저렴한 것들이어서 내밀기도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신입생 유치를 위해선 교사의 호감을 얻는 것이 중요한데, 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어 뾰족한 방법이 없는 셈이다.
광주의 한 대학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교수와 학생들이 모교 방문팀을 꾸려 학교를 찾아가 교사들에게 신입생 유치를 부탁하곤 했지만, 이제 빈손으로 가는 것도 사실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신입생을 다 충원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북의 한 전문대 관계자는 "정시모집까지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하면 내년 초에 추가모집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가 아주 곤란해질 것 같다"며 "추가모집은 고교 진학담당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어떻게 접촉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학교 현장에선 법의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행여 입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할까 고민하는 모습도 보인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김영란법 발효로 교사와 대학 측이 음료수 하나 주고받는 것도 경계하면서 불필요한 논란이나 오해를 줄이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며 "다만, 대학 측이 설명회 자체를 없애거나 축소해 상대적으로 교사들이 대입 정보를 놓치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