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유족, '사망진단서 조작' 의혹 병원에 공개질의

'외인사' 아닌 '병사' 판정에 반발…사고직후 CT공개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지난 25일 숨진 농민 백남기 씨 유가족 측이 최근 불거진 '사망진단서 조작' 의혹에 대해 국립서울대병원 측에 공개질의를 하고 나섰다.

백남기대책본부는 30일 오후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접객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사망원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표기한 병원 측을 비판하는 가족 입장을 발표했다.

농민 고(故) 백남기(69)씨에 대한 부검영장이 결국 발부된 28일 저녁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유가족이 부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들은 병원 측에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분류한 이유를 밝혀달라"며 "병사라는 기재가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사망진단서를 수정할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경찰은 앞서 '급성 신부전증에 의한 심폐정지(질병사)'라는 병원의 사망진단을 토대로 사인을 명확히 하겠다며 부검 영장을 2차례 신청한 끝에 법원에서 조건부 발부받았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석했다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후 지난 25일 사망한 농민 고(故) 백남기(69)씨에 대한 부검영장이 결국 발부된 28일 저녁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안치실 입구에서 시민들이 경찰의 집행을 대비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진단서 등 작성·교부 지침'을 보면 "사망 원인에는 질병, 손상, 사망의 외인을 기록할 수는 있지만 심장마비, 심장정지, 호흡부전, 심부전과 같은 사망의 양식을 기록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사망하면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은 '증세'일 뿐,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

대책본부는 또 가족들의 입장을 담은 질의서에서 '의사소견서를 작성해달라는 가족들의 요청을 주치의가 거부한 이유', '백 씨의 병세를 가족보다 경찰이 먼저 알게 된 경위 등을 병원 측에 물었다.

인의협 김경일 신경외과 전문의. (사진=김광일 기자)
이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김경일 신경외과 전문의(전 서울동부병원장)는 사고 직후 찍힌 백 씨의 CT사진을 공개하며 "진단서를 보면 의료진이 '외부 세력'과 척을 질 수 없어 고민했던 흔적이 보인다"며 "가족하고도 척을 질 수 없었기 때문에 '중립'으로 가겠다고 판단하고 질병사로 기재한 것 같다"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투쟁본부 박석운 공동대표는 "치료에 고생하셨던 의료진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그 어떤 요구와 압력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부검 프레임으로 인해 물대포에 의한 국가폭력이라는 본질이 흐려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숨진 백 씨의 부인이 창백한 얼굴로 상복을 입고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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