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과 시민사회 단체는 "사망원인을 바꾸려고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영장 집행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과연 부검영장 발부를 둘러싼 어떤 논란들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 법원, '조건부' 부검영장 발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는 '조건부' 부검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어떤 조건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법원은 '공보준칙'상 부검영장에 대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서울 종로경찰서가 일부 공개한 부검영장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유족이 원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아닌 서울대병원에서 부검할 것
▲ 유족이 희망하면 유족 1~2명, 유족 추천 의사 1~2명, 변호사 1명의 참관 허용할 것
▲ 부검 시 시신 훼손을 최소화하고 부검 절차를 영상으로 촬영할 것
▲ 부검 실시 시기·방법·절차·경과에 관해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런 부검영장을 발부한 법원을 비판하면서도 경찰이 영장 집행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건이 붙은 영장을 본 적도 없고, 발부해 본 경험도 없다"며 "법적 행위는 명료해야 하는데, 영장 유·무효 여부와 ‘충분한’ 같은 명확하지 않은 용어를 사용해 더 큰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대 조국 교수는 지난달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영장의 조건은 유족의 의무적 참여"라며 "유족이 참여를 거부하면 영장 집행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단 경찰은 부검영장을 무리하게 강제집행하기보다 유족을 설득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백남기투쟁본부 측에 부검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입니다.
하지만 유족은 부검에 반대하는 입장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영장 유효기간인 오는 25일까지 서로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 경찰, 시신탈취 시도
같은해 2월 대우조선투쟁지원연대회의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박 위원장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고문으로 안양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러다 같은해 5월 6일 새벽 병원 마당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백골단과 전경을 동원한 경찰은 장례식장 영안실 벽을 부수고 시신을 탈취한 뒤 부검을 실시하고 화장했습니다. 그리고는 사인이 '자살'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또 같은해 5월 25일 성균관대생 김귀정 씨가 노태우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했다 경찰의 '토끼몰이식' 진압으로 숨졌습니다.
경찰은 백골단을 투입해 김 씨의 시신을 탈취하려고 했습니다.
결국 유족 측과 합의로 부검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 "경찰 과잉진압이나 최루탄 질식이 아니라 집회 참석자들과 함께 넘어져 깔려 숨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같은 전례 때문에 백남기대책위 측은 백 씨의 부검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사고 전후 폐쇄회로(CC)TV와 CT(컴퓨터단층촬영) 등 사인을 밝힐 증거자료가 충분한데 부검을 하겠다는 것은 사인 조작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처럼 백 씨에 대한 부검영장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만약 경찰이 영장 집행과 관련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물리적 충돌 등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유족이 반대하는데도 부검영장을 굳이 발부해 논란을 키우는 이유는 뭘까요?
이에 대해 조국 교수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검은 법적으로 불필요한 과잉조치"라며 "박근혜 정권의 시커먼 '오장육부'와 연결된 최순실 게이트 물타기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 등에 쏠린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위해 부검영장 집행을 강행할 수도 있다는 얘기로도 해석되면서 긴장감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