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호남 쏠림 보정' 대선경선 뜨거운 감자

"지역보정 반대" vs "도입해야"…호남-비호남간 '신경전'

(사진=윤창원 기자)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호남 쏠림을 보완하는 지역 보정 문제가 당내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다. 당헌당규 개정에 임박해 호남의원과 비호남 의원들 사이에 신경전도 점차 수면위로 드러나는 양상이다.

지난 22일과 28일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는 내년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지역보정 여부가 화두에 올랐다.

열린 플랫폼 정당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100% 국민경선제로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자는데 큰 이견은 없었다. 하지만 호남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보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는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의총 참석자들에 따르면 호남 의원들은 지역 보정 자체를 반대하는 반면 비호남 의원들은 지역보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일부 호남 의원들은 발언대에 잇따라 올라 당헌당규 재개정위원회에서 제안한 대선 경선 지역 보정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호남 중진인 주승용, 김동철, 조배숙 의원은 물론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의총에서 지역 보정을 당규에 넣는 문제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승용 의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지역보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며 "과거 민주당에서도 '호남 100표가 영남 1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한 지역 보정으로 인해 호남 당원들의 자존심에 상처가 났었다. 이는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남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당원을 모집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보정은 등가성을 훼손해 호남 당원들에게 소외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박지원 위원장도 28일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대통령 후보 선출 당규는 아직 빠르기 때문에 좀더 심도있게 연구를 하고 만약 대통령 후보들이 우리 당에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당규를 만드는게 바람직하기 때문에 (지역 보정을) 보류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 선출직인 김성식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당헌당규 재개정위원회 소위장을 맡았던 이태규 의원과 일부 비례대표들은 지역 보정에 찬성했다.

지역 보정이 없다면 전국정당이 아니라 호남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대선 주자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지역 보정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태규 의원은 통화에서 "역대 모든 정당들이 지역별 편차를 줄이기 위한 고민을 해왔다"며 "호남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어떤 선거를 치르던 간에 호남의 결정에 의해 후보가 정해질 확률이 많아 이를 보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총선에서 타지역에서도 20%의 지지율을 받았지만 당세(黨勢)는 구축이 안돼 있다"며 "타 지역에서 새정치를 바라는 기대치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전국적 플랫폼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 편중의 우려가 있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당내 유력 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는 이같은 민감한 주제로 당내 신경전이 일자 극히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어차피 유력 주자가 들어오면 모든 것을 양보하고 공정한 경선을 하겠다고 이미 선언했었다"며 "안 전 대표는 대선 주자로서 룰에 대해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28일 의총에서도 발언없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 경선의 지역 보정 문제가 추후에도 호남과 비호남 의원들간의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 당직자는 "표의 등가성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에 원만하게 합의되지 않는다면 나중에도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비를 납부하지 않고 당에 가입만 해도 당내 주요 투표권을 차별없이 부여하는 '전당원투표제' 도입에 대해서도 일부 호남의원들은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박지원 위원장의 주재로 대선 경선 지역 보정 문제를 비롯해 전당원투표제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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