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감축이 이뤄지기까지는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지만 감산에 성공해 유가가 상승할 경우 상승폭이 커지만 않다면 세계경제와 우리경제 모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실제 감산까지 갈 길 멀어
감산합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오는 11월 열리는 오펙회의에서 14개 회원국들이 각국의 감산량에 합의해야 하고, 러시아 등 비회원국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도 필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수많은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2월에도 비 오펙국 중 최대 생산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베네수엘라 등 4개국이 생산량 동결에 합의했지만 다른 산유국들의 동참을 끌어내지 못해 무산됐다.
28일(현지시각) 열린 오펙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현재 하루 3324만배럴인 생산량을 3250만배럴로 74만배럴 줄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뉴욕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5.3%(47.05달러) 올랐고, 런던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도 6%올랐다.
전문가들은 11월 오펙회의 때까지 유가는 현 수준(45~50달러)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만약 11월 회의에서 감산이 구체화되면 가격은 보다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유가가 일정수준 이상 상승하면 그동안 저유가로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한 미국의 셰일오일 업체들이 생산을 늘리거나 재개하면서 과거처럼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재 셰일유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8~5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게 되면 셰일유 생산이 증가할 개연성이 크다. 따라서 오펙이 감산을 하더라도 과거처럼 유가가 경제에 부담을 줄만큼 급등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 경제에는 제한적 호재
모든 경제변수가 그렇듯 유가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양 측면이 있다.
최근처럼 세계경제가 저성장 저물가로 경기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에선 일정 수준의 유가 상승은 호재로 작용한다. 산유국의 원유소득 증가로 수요가 늘어나면 세계 경제의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산유국들은 저유가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고 이것이 세계경제의 부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가가 올라 산유국들의 경제가 호전되면 세계적인 수요증가와 함께 디폴트 위기에 내몰린 베네수엘라 등 일부 산유국들의 경제도 안정을 찾을 수 있어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감소하게 된다.
최근 원유가격과 유가가 동조현상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에는 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 세계가 경기부진과 저물가로 골치를 앓는 지금의 상황에서 유가상승에 따른 가격상승 압력도 오히려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유가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원유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1월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 금융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국책연구원들은 국제유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경제관계장관회의에 보고했다
보고서는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연평균 배럴당 49달러까지 떨어지면 우리 경제성장룰과 국민소득이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물가상승률은 0.4%포인트 하락하고 경상수지 흑자는 102억1000만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연평균 60달러대 초반에 머무르면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물가상승률은 0.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52억5000만 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유가가 60달러대를 넘어가면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또 유가가 배럴당 84달러까지 오를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욱 커진다. 경제성장률은 0.2%포인트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은 0.2%포인트 상승한다. 경상수지는 60억5000만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