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학교가 서럽다"…서강대 총장 사퇴, 학생 농성

총장, 예수회 비판하며 전격 사퇴

(사진=서강대학교 홈페이지)
경기권 제2 캠퍼스 건립 문제를 시작으로 내부 갈등을 벌여온 서강대학교가 29일 총장 사퇴 수순을 밟았다.

서강대에 따르면 유기풍 총장은 이날 "제2 캠퍼스(남양주) 이전이 지체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총장 직에서 물러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학생들은 예수회의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이고, 일부 동문들과 교수들도 예수회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는 등 학내 내부 갈등이 점차 격화되고 있다.

◇ 예수회와 非예수회의 갈등

이번 서강대의 갈등은 예수회와 非예수회 사이의 갈등으로 압축된다.

서강대는 1960년 미국인 가톨릭 예수회 신부들이 예수회의 교육 이념 아래 설립한 학교로 현재 이사회 임원 12명 중 6명, 즉 절반인 50%가 예수회 신부들로 구성돼있다.

갈등은 이사회가 급작스럽게 2013년부터 시행돼 온 남양주캠퍼스 사업(이하 남양주 프로젝트)을 사실상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남양주 프로젝트는 경기도 남양주시 양정동 일대의 그린벨트 지정 구역에 서강대가 제2 캠퍼스를 조성하는 사업.

2013년 7월에 서강대와 남양주도시공사는 조성 계획을 포함하는 협약을 맺었고, 프로젝트는 교육부의 승인과 공사 시작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사회는 지난 7월 '재정 상황에 대한 충분한 검토 필요', '학내 구성원들과의 합의 필요' 등을 이유로 남양주 프로젝트를 보류시켰다.


공사를 시작하기 위한 교육부의 승인인 '대학 위치 변경 승인 신청안'을 부결시켰던 것.

이에 남양주시는 서강대 측에 이달 말까지 사업 확정을 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묻겠다며 최고장을 보냈다.

학교 측과 학생들은 "왜 그동안은 재정 검토를 안 하다가 이제 와서 하는 것이며, 취소로 인한 금전적 배상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물으며 예수회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남양주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유 총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며 "갈등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재단 이사회의 무능, 그리고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예수회의 전횡에 있다"고 말했다.

유 총장은 이어 "예수회의 독선과 파행의 부작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그간 쌓여온 일이 남양주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낱낱이 드러났을 뿐"이라고 말했다.

◇ 학생들은 농성 "가난한 학교 서럽다"

서강대 학생들은 이와 같은 사태를 두고 예수회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여갔다.

학생들은 마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을 차용한 '95개조 반박문'을 통해, 예수회가 재단 경영을 방만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박문에서 학생들은 "학교에 들어온 후부터 '학교는 가난하다', '원래 서강은 돈이 없다'는 것을 내재화하고 살았다"며 "더 이상 학교 경영을 예수회에 맡길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정 문제로 1400여 종의 논문 저널 구독이 올 1월부터 중단됐고, 앞으로 재정상황은 더욱 악화돼 더 많은 논문들을 열람하지 못할 것"이라며 학교의 재정 상황을 비판했다.

총동문회는 지난 22일부터 "예수회는 학교 경영에서 물러가라"는 졸업생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했고, 재학생들은 21일부터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30일 오후 6시 서강대 본관 앞에서 '이사회 정상화를 위한 단체 행동'을 시작, 이사회 구조 개편과 남양주 캠퍼스 확정 등을 학교 이사회 측에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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