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 韓 스포츠 대통령' 양강이냐, 제 3의 반란이냐

10월 5일 제 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앞두고 경쟁 후끈

'한국 스포츠 대통령은 누구?' 오는 10월 5일 제 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나설 장호성 단국대 총장(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이기흥 전 체육회 수석부회장, 장정수 전 볼리비아 올림픽위원회 스포츠대사,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 전병관 경희대 교수.(자료사진=대한체육회)
'대한한국 스포츠 대통령'인 제 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꼭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통합된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이번 회장은 초대 통합체육회장으로서 한국 스포츠 역사에 남는다.

또 이번 선거는 민주적인 선거인단 제도로 개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전까지는 체육회 대의원만 참여하는 '미니 선거'였지만 이번에는 1405명의 대규모 선거인단이 나선다. 체육회 대의원 62명, 회원종목단체 710명, 시도체육회 278명, 시군구 체육회 355명 등 체육단체 임원과 선수, 지도자, 동호인까지 포함됐다. 규모가 커지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선거를 위탁관리한다.

제 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오는 10월 5일 오후 1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치러진다. 지난 23일 선거 등록을 마친 5명 후보들이 24일부터 선거 공보, 전화(문자메시지 포함), 정보통신망 등을 통해 본격적인 표밭 다지기에 나섰다.


5명 잠룡들은 기호 순으로 장정수(64) 전 볼리비아 올림픽위원회 스포츠대사, 이에리사(62) 전 국회의원, 이기흥(61)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 장호성(61) 단국대 총장, 전병관(61) 경희대 스포츠지도학과 교수다. 모두 자신들이 적임자라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박통 대학 동문' 장호성, 화려한 후광

일단 체육계에서는 대체로 이번 선거가 '친여 vs 재야' 양자 대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정부의 지지를 얻고 있는 장 총장과 반정권 성격이 짙은 이 전 회장의 격돌이다.

장 총장은 지난 21일 출마 회견에서 공식적으로는 부인했지만 현 정권의 낙점을 받은 인사라는 게 체육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서강대 전자공학과 동문 후배다.

물론 장 총장은 회장 후보로서 손색이 없다. 한국 대학스포츠를 이끌어왔다.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KUBS) 부위원장, 아시아대학스포츠연맹(AUSF) 부회장,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 회장을 맡고 있고, 2003년 동계유니버시아드 부단장과 2005년 동계유니버시아드 단장, 2011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단장을 역임했다.

아버지의 명성과 후광도 무시할 수 없다. 장 총장의 부친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84)은 대한민국 체육상과 체육훈장 청룡장에 빛나는 원로 체육인이다. 장 총장의 출마 이유도 부친의 간곡한 권유 때문이다. 장 총장은 "부친이 처음에는 반대하시다가 체육회를 도와달라는 요청이 쇄도해 나중에는 출마를 권유했다"고 밝혔다.

장 총장은 체육회의 진정한 통합과 자율성을 강조한다. 지난 21일 장 총장은 "대학을 운영한 경험으로 통합 체육회의 갈등을 해결해 화학적 통합을 이루겠다"면서 "당분간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지만 이후 수익 사업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 독립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체육 투사?' 이기흥, 권토중래 노린다

이에 맞서는 이 전 회장은 현 정권,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실세로 꼽히는 김종 차관과는 대립각을 세웠던 인물이다. 특히 체육회 부회장을 맡을 당시 통합 과정에서 생활체육 쪽에 무게를 싣는 현 정부에 맞서 엘리트 체육을 대변하는 핵심 역할을 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눈밖에 나 이 전 회장이 체육계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게 체육계의 시각이다. 지난 3월 이 전 회장은 수영연맹 일부 인사들이 각종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체육계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었던 이 전 회장은 이번 출마로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지난 21일 출사표에서 이 전 회장은 "체육회장이 과분하고 힘겨운 자리라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한국 체육의 미래를 생각하고 첩첩한 난제들을 헤쳐나갈 길은 무엇인가 고민한 끝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기흥 전 체육회 부회장이 2012년 런던올림픽 결단식에서 선수단장 자격으로 태극기를 전달받아 힘차게 흔드는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
이 전 회장 역시 체육계에서 잔뼈가 굵다. 2004년 대한카누연맹회장, 2005년부터 대한체육회 부회장, 2010년부터 수영연맹 회장을 지낸 이 전 회장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 한국 선수단장을 맡아 호성적을 냈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이기도 하다.

이 전 회장은 ▲ 스포츠토토 수익금 배분 조정 등을 통한 재정 자립 ▲ 생활체육 활성화를 통한 체육인 일자리 창출 ▲ 한국 체육 100주년 기념관 설립 및 100년사 발간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현 문체부에서 보면 재야 인사지만 엘리트 체육계에서는 어쩌면 절대적 지지를 받는 후보일 수 있다.

▲전병관-이에리사-장정수, 제 3의 세력 대망론

그러나 다른 후보들도 필승을 자신하고 있다. 양자 대결의 예상을 뒤엎고 제 3의 반란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한 체육계 인사는 "통합 과정에서 친정부, 반정부 대결에 신물이 난 체육인들이 많아 제 3의 인물에 대한 기대감도 적잖다"고 귀띔했다.

마지막 기호 5번인 전병관 교수는 엘리트와 생활 체육에 정통한 후보임을 내세우고 있다. 국민생활체육회 부회장과 한국체육학회장을 역임한 전 교수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과 하계유니버시아드 부단장을 지냈다.

생활체육에서 굵직한 역할을 맡아 범여권 인사로도 분류되기도 한다. 전 교수 측은 그러나 장 총장과는 다른 상황이라며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 선수 및 체육전공자 인적 자원의 선순환 ▲ 체육인들의 안정적인 일자리 마련 ▲ 엘리트와 생활 체육을 결집할 체육청 신설 ▲ 생활체육 기반 조성 200% 증액 등을 내세우고 있다.

제 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후보로 등록한 이기흥(왼쪽부터), 장정수, 전병관, 장호성 후보가 23일 공명선거 실천을 다짐하는 모습.(사진=대한체육회)
이에리사 전 의원은 후보들 중 대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게 강점이다. 1973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사라예보의 기적'을 일으킨 이 전 의원은 태릉선수촌장을 맡으며 행정가로 변신한 데 이어 제 19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도 입문했다. 2013년 39대 체육회장에 출마한 이 전 의원은 김정행 현 회장에 25-28로 분패했다.

당선이 되면 사상 첫 여성 체육회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다. 이 전 의원은 ▲ 건강한 미래 세대 육성 ▲ 체육이 있는 삶 실현 ▲ 체육인들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 등을 3대 공약으로 내걸었다.

장정수 전 대사는 가장 먼저 후보에 등록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유도 선수 출신으로 볼리비아 대표팀 감독과 올림픽위원회 스포츠대사를 역임했다. 뉴욕한인회 사무총장, 한미동맹 50주년기념 뉴욕준비위원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도 지낸 장 전 대사는 "글로벌 마인드까지 갖춘 융합형 후보인 내가 최적의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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