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은 전 세계 물동량의 3%, 하루 평균 2만5천개의 컨테이너를 운송했던 세계 7위의 해운사다. 이번에 구조조정을 거치고 나면 한국의 일부 수출품 운송을 담당하는 아시아의 소규모 해운사로 등급하락하게 된다. 비유하자면 초특급 백화점에서 동내 슈퍼마켓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한진해운 경영위기는 세계 경기 위축으로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수익이 나지 않아 발생된 것이다. 배를 빌려준 선사들이 용선료를 못 받게 되면서 복잡한 문제가 생겼고 여기에 항비, 하역비, 기름 값 등도 제때 지불하지 못하다보니 입항 거부 등이 발생된 문제이다.
지금 한진해운은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은 화물을 싣고 해당 부두로 가서 컨테이너를 내리고 나면 추가로 화물을 싣거나 다른 포트로 이동해 영업을 하지 못하고 곧 바로 배 빌려준 선주에게 반선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선박 기름도 외상으로 사 섰는데 팔던 외상 기름 값이 7천4백만 불에 달하자 이제는 매일 현찰을 받고 주유해주고 있다. 1만3000teu 컨테이너선 1척 하루 기름 값만 5000 여만 원이다.
한진해운의 선박 80여척이 시장에 나오면 그나마 근근이 버티던 컨테이너선 중고 선박 가격과 용선료 가격이 붕괴 될 수 있다. 마치 테헤란로의 빌딩 80개가 한꺼번에 매물로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컨테이너선이 필요한 선사들은 현대중공업 등 조선소에 신조선을 발주하는데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중고선박을 더 싸게 먹으려고 벌써부터 군침 흘리고 있다고 한다.
중고 선박이 시장에 왕창 쏟아지면 신조선 발주를 안 한다. 조선소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용선료인하, 중고 선박 가격인하가 예상되는데 이는 이들 선박에 대출한 은행들의 부실로 이어지게 되어 악순환이 계속 되면 해운발 리먼 사태가 올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 되게 된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홍콩의 시스팬 게리 왕 회장은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한진해운 사태의 파장은 미국 리먼브러더스 붕괴가 전 세계 금융 시장에 미친 영향 못지않다"고 강조하며 "한진해운 사태는 거대한 핵폭탄으로 공급 망을 흔들어 놓았다"고 지적했다.
시스팬은 한진해운에 컨테이너선 7척을 빌려준 캐나다의 대형 선주사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조선, 해운에 신규 여신을 꺼리고 있다.
지난 8월 현대중공업이 그리스 선주로부터 31만7천 톤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수주 선박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서 (RG)를 이달 말까지 발급해줘야 선주로부터 배 값의 일부를 선수금으로 받아 초기 비용투자 없이 배를 만들게 된다. RG는 조선업체가 파산했을 경우 업체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주겠다는 보증서이다.
이 보증서는 금융권에서 은행마다 한도가 설정 돼 있어서 RG 발급에 여유가 있는 은행이 먼저 발급한다는 원칙을 정해 발급해왔는데 해당 은행이 보증서 발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SPP조선도 어렵게 8척의 선박을 수주 했으나 RG가 발급되지 않아 8척 모두 계약이 무산된 적이 있다. 작금의 어려운 조선, 해운의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되어있다.
선박용 철강인 후판을 납품하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도 STX조선해양 법정관리로 받아야 할 후판 대금 850억을 못 받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외상으로 후판을 공급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조선이 어려우니 금융권, 철강 업체들도 등 돌리고 있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금융권, 철강 업체 모두 비올 때 조선, 해운의 '우산을 뺏고' 있다.
일본 MOL의 자회사 해운사 다이이치츄오기센(第一中央汽船)이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운항선대 240척 연간 매출 1천6백억 엔에 달했던 대형 선사다. 다이이치츄오기센은 법정관리 후 11개월간 총 4천억엔 부채 중 3%는 현금 상한 나머지는 출자 전환하고 선주들과 조선사들로 구성된 채권자 17개사가 참여해 '해사 크러스트' 펀드를 만들어 출자 및 융자로 서로 고통을 분담해 청산을 면하고 금년 8월 말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회생했다.
우리는 1200년 전 신라의 무장으로 오늘날의 완도인 청해에 진영을 설치하여 대사(大使)로서 병사들을 지휘하여 해적을 소탕하고 서남부 해안의 해상권을 장악하고 당나라에 견당매물사와 교관선을 보내고, 일본에는 회역사을 보내며 당나라와 신라, 일본을 잇는 해상무역을 주도하였던 '장보고(張保臯)'의 후손이다.
한진해운은 더 이상 조양호 회장이 오너가 아니다. 더구나 지금 한진해운은 혼낼 때가 아니다. 국민 모두 힘을 모아 해운동맹에서도 이탈 되지 않고 정상적인 영업을 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직격탄을 맞은 부산 경제는 신음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해운업에서 시작된 위기가 나라경제 전체를 뒤흔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해운발 리먼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한진해운은 일단 살려야 한다. 살려 놓고 혼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