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 비리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신 회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검찰이 실패하면서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검찰 수사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날 오전 4시 20분쯤 구속 전 피의자신문을 위해 법원에 출석한 지 18시간 만에 귀가하던 신 회장은 “우리 그룹은 여러 가지 미흡한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책임지고 고치겠다”며 “좀 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계획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신 회장은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등을 계열사 등기이사로 이름 올려 500억원대 부당급여를 지급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또 서씨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에 롯데시네마 내 매점 운영권을 주는 등 일감을 몰아줘 770억원대 수익을 챙겨주고,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과정에서 다른 계열사에 47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도 있다.
앞서 검찰 관계자는 "사안 자체가 총수 일가의 이익 빼먹기 내지는 빼돌리기 차원"이라며 "재벌 수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게 아닌가 싶다"고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대부분 신격호 총괄회장이 회사 경영을 직접 챙기던 시기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자신에게 주된 책임을 묻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주장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의 구속 여부에 따라 롯데그룹의 운명과 수사의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였던 만큼 검찰 수사는 상당한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롯데 본사와 호텔‧쇼핑 등 주요 계열사,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자택,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수사가 결국 비자금 의혹은 제대로 파헤치지 못한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총수일가 가운데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과 관련해 현재는 신영자 이사장이 유일하게 구속됐을 뿐이다.
또 현직 계열사 사장에 대한 첫 청구였던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을 비롯해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되는 등 롯데 핵심 임원들에 대한 영장 일부가 그동안 번번이 기각됐고, 이인원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로 수사가 한때 멈춰서기도 했다.
검찰이 신 회장에 대한 영장을 다시 청구할 가능성도 있지만, 보강 수사를 거쳐 불구속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롯데그룹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하루 빨리 경영활동을 정상화해 고객과 협력사, 임직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검찰 수사로 불가피하게 위축됐던 투자 등 중장기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