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 발부…일대 긴장감(종합)

경찰 "유족 고려…내일(29일) 새벽까진 집행계획 없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석했다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후 지난 25일 사망한 농민 고(故) 백남기(69)씨에 대한 부검영장이 결국 발부된 28일 저녁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조문을 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박종민기자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지난 25일 숨진 농민 백남기 씨의 시신에 대한 부검 영장이 발부됐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후 백 씨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압수수색 검증영장)을 발부했다.


이는 법원이 "부검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다"며 영장을 한 차례 기각한 뒤 경찰과 검찰이 진료기록 등을 보충해 곧바로 재청구한 데 따른 것.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면서 부검 장소와 참관인, 촬영 등 절차를 유가족과 충분히 협의하라고 전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유족 및 유족이 원하는 의사와 변호사를 부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거나 '부검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조건을 명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관계자는 "사망 원인 등을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하되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 등을 높이기 위해 방법과 절차에 관한 조건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일단 영장 집행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 측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며 "오늘(28일) 밤과 내일(29일) 새벽까지는 집행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석했다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후 지난 25일 사망한 농민 고(故) 백남기(69)씨에 대한 부검영장이 결국 발부된 28일 저녁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시민들이 경찰의 집행을 대비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하지만 유가족과 백 씨를 지켜온 시민단체들은 경찰이 부검을 통해 자신들의 책임을 피하려 할 것으로 의심하고 즉각 반발하고 있다.

백 씨의 차녀 백민주화 씨는 영장 발부 소식을 듣고 "너무 당황스럽고 화가 난다"며 "결국 고인이 되신 아버지와 저희를 우롱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성토했다. 이어 "막아낼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아버지를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는 경찰의 시신 압수수색 집행을 막기 위해 수백명의 시민이 몰려들면서 일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앞서 이날 오후 7시에 백남기투쟁본부 주최로 인근에서 열린 추모 촛불집회 참석자 상당수도 현장에 남아 있는 상태다.

장례식장 건물 내부부터 줄지어 앉기 시작한 시민들의 행렬은 1층 출입구를 거쳐 현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정문 밖까지 늘어서 있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정의당 노회찬 의원 등이 현장에 도착했다.

투쟁본부 측은 이날 중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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