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중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8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29일부터 국정감사에 임해줄 것을 당부했지만 당내 강경파들의 반발로 없던 일이 됐다.
이 대표의 돌연한 국감 복귀 입장 표명은 집권당 대표의 다소 뜬금없는 단식과 집권당의 국회 보이콧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민심을 감안한 때문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새누리당이 강경 모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수습책 마련이 난제가 된 상황을 맞았다.
무엇보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고비는 이정현 대표의 단식 중단을 위한 명분 제공에 있다고 하겠다. 이 부분은 정세균 의장의 정치적 몫인데, 현재까지는 정 의장도 사과나 유감표명할 내용이 없다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해임건의안 표결 절차에 하자가 없다 하더라도 정 의장의 '맨입' 발언은 국회의장으로서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지적도 있는 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국회의장의 사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자의에 따라 스스로 물러날 수 없도록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국회의장의 사임 요건은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사임이 가능한데, 사임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의 여소야대 구도에서 야당이 찬성할 리 만무한 만큼 이정현 대표의 국회의장 사퇴 관철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서로가 한발씩 물러나 양보하지 않고서는 국회 파행사태를 수습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대표의 단식을 비아냥댔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하루만에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단식을 풀 것을 요청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사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표결로 촉발된 여야의 대치국면을 지켜보면서 잘못된 언어들로 인해 품격을 상실한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법이다. 국회의장에게 인격모독성 반말로 힐난하고 집권당 대표의 단식을 '쇼'로 깎아내리는 언어로는 멋진 정치를 구현해 낼 수 없다.
정치의 요체는 소통이고, 소통의 매개체는 언어다. 말이 거칠어지면 감정이 상하게 되고 '갈 데 까지 가보자'는 식의 '소통절벽'이 되고 마는 것이다.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에게 '야, 정세균, 정세균씨, 그사람'으로 불러서야 어디 될 말인가. 또 집권당 대표의 단식을 두고 "불통의 박 대통령과 닯았다", "아바타의 정치 쇼"라는 식의 비아냥은 너무 부적절했다.
여야의 이같은 구태는 김영란법 시행 첫날을 맞아 조성되고 있는 '클린 대한민국'을 위한 기대감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고품격의 멋진 정치가 구현되는 국회의 모습을 새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