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환자에게 A형 수혈' 피해가족 "실수라구요?"

<피해자 아들>
-금방 수술 후 오신댔는데…당혹
-사고 경위 들은 바 없어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정형준 정책국장>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 발생
-2중, 3중으로 체크했어야
-의료인력 부족도 문제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피해자 아들(익명), 정형준(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정책국장)

부산의 한 종합병원에서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되는 황당한 의료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인공관절수술을 받던 70대 할머니가 수혈을 받았는데요. 자신의 혈액형인 B형 대신에 A형의 피를 수혈 받는 바람에 의식을 잃은 겁니다.

참 유치원생도 아는 혈액형을 어떻게 의료진이 착각할 수 있었던 건지, 참으로 드문 일이지만 1000만분의 1이라도 그게 내가 될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면 참 아찔하죠. 1000만분의 1의 확률조차도 없앨 길은 없는지 오늘 좀 찾아봐야겠습니다. 먼저 70대 피해자의 가족 한 분을 연결해서 당시 상황 자세하게 들어보죠. 아들입니다. 익명으로 연결이 돼 있습니다. 선생님, 나와계십니까?

◆ 피해자 아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수혈사고가 난 지 얼마나 된 거죠?

◆ 피해자 아들> 저번 주 금요일에 났습니다. 9월 23일에 났습니다.

◇ 김현정> 지난 금요일이면 한 5일 됐네요. 지금 어르신 상태는 어떠십니까, 어머님 상태는?

◆ 피해자 아들> 의식이 돌아온 지가 지금 2~3일 정도 됐고요. 전신 투석을 하고 계신 중입니다.

◇ 김현정> 이틀 동안은 의식도 못 찾으셨어요?

◆ 피해자 아들> 네.

◇ 김현정> 정확히 연세가 어떻게 되시죠?

◆ 피해자 아들> 77세 되셨습니다.

◇ 김현정> 일흔일곱되신 어르신이 그런 과정을 겪고 계신 거니까 옆에서 바라보는 아드님의 입장이 어떠실지 짐작이 되는데요. 사고가 발생했던 그날로 잠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신 거예요?

◆ 피해자 아들> 네, 그렇죠. 왼쪽 무릎에 관절염이 심해가지고 인공관절수술을 받으려고 한 겁니다.

◇ 김현정> 무릎수술이니까 다른 건강에는 전혀 지장이 없으셨겠어요?

◆ 피해자 아들> 수술실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어머님께서 걸어다니시고 본인이 직접 금방 갔다 나오겠다고 말씀하시고 그리고 들어가셨죠. 걱정하지 말라고 가셨죠.

◇ 김현정> ‘금방 갔다 올게’ 하면서 걸어서 들어가신 거예요. 그리고 나서 문제가 생겼단 걸 알게 되신 건 언제입니까?

◆ 피해자 아들> 수술실에 들어간 시간이 오전 9시에 들어가셨는데 한 세 시간쯤 지나가지고 집도의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더라고요.

◇ 김현정> 뭐라고요?

◆ 피해자 아들> 수술실에서 약간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까 잠깐 보자고 말씀을 하셔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술 중에 수혈을 하는 과정에 환자 혈액형하고 다른 혈액형 한 통이 들어간 것 같다. 그래서 지금 환자를 빨리 처치를 하기 위해서 중환자실로 내려보내야 되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정말 황당하셨겠어요? 그 얘기 듣고는.

◆ 피해자 아들> 그날 밤에 이제 담당 주치의 선생님께서 ‘굉장히 상황이 안 좋다. 먼저 주변의 가족들을 다 부르는 게 좋겠다’ 이렇게 말씀해가지고 만감이 교차를 했죠. 방송으로만 보던 의료사고 같은 걸 직접 겪으니까요. 부모님이 온몸에 관을 꼽고 누워 있는 걸 보고 있는 자식들 입장에서는 정말 온갖 만감이 교차했고요.

상대 의료진에 대해서는 적개심 같은 것도 생기고 굉장히 화가 나더라고요. 실수도 어느 정도 용납이 되는 실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거는 기본이 안 되니까 너무 화가 많이 나더라고요. 화도 많이 나고 험한 생각도 많이 드는데 실제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고. 좀 그런 걸 많이 느꼈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 기본적인 사고가 왜 일어났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왜 이런 드문 사고가 우리 어머니한테 일어났을까?’ 이런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도 드셨겠네요?

◆ 피해자 아들> 그렇죠. 그런 생각도 많이 했는데 결국에는 조직대로 매뉴얼대로만 하면 없었을 일인데 너무 건성건성 일처리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특히나 의료 쪽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사람 목숨을 다루는 분들이잖아요. 진짜 원칙대로 하셔야 될 일을 안 지키니까 결국에는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거지 않습니까?

◇ 김현정> 여기가 종합병원이었다면서요?

◆ 피해자 아들> 예, 종합병원이요.

◇ 김현정>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이런 실수를 했다고 설명을 합니까?

◆ 피해자 아들> 그쪽에 관계자 되시는 분이 전화가 와서 얘기했는데 제가 그래서 그 부분을 여쭤봤습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제가 알고 싶은 건 왜 이런 실수가 일어났는지 알고 싶다. 그 부분에 대해서 답을 좀 해 달라’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자기들도 너무 황당해서 모르겠다. 조사를 해 봐야 되겠다’라고 말씀하시고 정확하게 구체적인 답변을 안 해 주시더라고요.

◇ 김현정> 저희가 지금 조사를 해 보니까요. 그날 인공관절 수술을 3명의 환자가 받기로 돼 있었고 그래서 냉장고에다가 3명이 수혈 받을 피를 각각 넣어놨는데 간호사가 실수로 다른 환자의 혈액을 꺼내서 의사한테 갖다 준 거죠. 이 얘기 못 들으셨어요?

◆ 피해자 아들> 저는 지금 그런 사건사고 경위에 대해서는 그쪽에서 공식적인 답변을 들은 바가 하나도 없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책임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고는 있습니까?

◆ 피해자 아들> 네,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는데요. 경위에 대해서는 말씀을 안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보통 이런 대형병원에서 일어났다면 또 일어나지 말란 법 없을 것 아니냐, 이런 생각들이 들면서 우리가 불안해지는 건데요. 어머님이 의식을 회복하셔서 그나마 다행입니다마는 후유증 걱정도 되는 이 상황. 꼭 좀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 피해자 아들> 사람 생명을 다루는 쪽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은 뭔가 좀 직업의식이라든가 소명의식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걸 안 지키면 결국에는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또 환자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 가족들이라든가 어떤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굉장히 조심을 해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많이 놀라셨을 텐데 오늘 이렇게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어머님도 빨리 쾌차하시기를 저희도 바라겠습니다.

◆ 피해자 아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70대 어르신이 수술을 받는데 엉뚱한 사람의 피를 수혈받아서 의식불명까지 피해를 당했습니다. 이 피해자의 아들 먼저 만나봤습니다.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어떻게 하다 이런 황당한 의료사고가 벌어진 걸까요? 전문가 한분 만나보겠습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정형준 정책국장입니다. 국장님 나와계세요?

◆ 정형준>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게 설마 종종 있는 일은 아니죠?

◆ 정형준> 이런 일은 정말 저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죠.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일어날 수 없는 일인데 일어났고, 그게 혹시라도 내가 되지는 않을까? 불안들 하시는 거거든요.

◆ 정형준> 네, 다들 불안해하실 수 있죠.

◇ 김현정> 저는 지금 들으면서 헌혈이나 수술 경험 있는 분들 아시겠지만 그 수혈팩에 보면 혈액형을 커다랗게 기재해 놓거든요. 일부러 이걸 잘못 보려고 해도 잘못 보기가 어려운 건데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어떻게 일어난 겁니까?

◆ 정형준> 이게 수술실에서 지금 수혈을 하신 건데요. 수술 중에 출혈량이 좀 있는 수술이기 때문에 만약에 일반 병동에서 했다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혈액형을 맞춰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요. 이게 수술실에 있으면 몇 번에 걸쳐서 제대로 수혈용 혈액이 공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뭐 의사랑 간호사가 같이 등록번호, 성명, ABO타입, 유효기간 이런 걸 다 확인하는 과정이 있는데요. 또 하나는 일반 수혈도 가이드라인에 보면 같은 테이블에 서로 다른 환자의 수혈형 혈액을 절대 준비하면 안 됩니다,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요.


◇ 김현정> 그래요?

◆ 정형준> 그런데 이게 냉장고에 아마 같이 들어가 있어서...

◇ 김현정> 3개의 혈액이 같이 들어가 있었던 거예요. 그날 수술 받을 3개의 혈액이.

◆ 정형준> 일반 병원보다 훨씬 더 큰 병원들은 요즘에 아예 그렇게 준비된 혈액에 환자의 이름 라벨까지도 다 출력해서 부착을 합니다. 그렇게까지 하는 과정들을 몇 번이나 거쳐서 안전하게 가게 돼 있는데 그중에서 몇 군데서 계속 걸러지지 못하고 마지막에 아마 수술실에서 수혈이 되면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난 걸로 보입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여기가 지금 작은 병원 아니거든요. 대형병원, 종합병원입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도 2중, 3중 체크 작업이 안 될 수가 있는 건가요? 아니면 그냥 마지막에 간호사가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겁니까?

◆ 정형준> 뭐 정확한 내역은 병원에서 조사를 해가지고 밝혀줘야지만 알 수 있는데요. 수술실에 있었기 때문에 수술하고 있는 분이 혈액 전체를 다 확인해서 서명을 한다든지 그런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를 다 해놓고 나서 아마 간호사에게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을 했을 텐데 그때 문제가 생긴 걸로 보이고요. 그렇다치더라도 그 안에서 2중, 3중으로 또 다른 간호사가 그걸 확인을 한다든지 몇 명의 사람이 그걸 봤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명백한 과실로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2중, 3중 체크작업을 반드시 해야 하는데 그게 생략된 것이라는 말씀인데요. 저희가 뉴스쇼에서 얼마 전에 이런 인터뷰를 했었어요. 군병원에서 조영제 대신에 에탄올 주사를 주사했다가, 즉 간호장교가 실수를 한 거죠. 그러면서 마비가 온 이 뉴스 전해 드렸었는데 비슷한 맥락 같은 생각도 들면서 도대체 어떤 대안이 가능한 건가, 1000만분의 1의 사고라도 막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 정형준>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제 안전한 시스템을 가져가는 것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그 안전한 시스템을 저희가 운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의료 인력이 필요한데요. 저번에 말씀하신 그런 군병원에서의 에탄올 사건이라든가, 지금 이 수술실의 아마 간호사 실수건도 훨씬 더 많은 업무량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아니, 업무량이 많아도 그렇죠, 실수할 게 따로 있지 어떻게 이런 걸 실수합니까? 기본인데요.

◆ 정형준> 물론 실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고요. 업무량이 많아지고 의료인들이 본인이 관리하거나 치료해야 되는 환자 수가 늘어나면 실수를 할 가능성이 늘어난다는 것으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 안전을 위해서는 의료인력을 충분히 수급을 할 수 있는 시스템, 그래서 최소한 수술을 한다고 하면 수술실에 최소한 몇 명의 간호사나 의사가 있어야 되고 이런 것들에 대한 규정이 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 김현정> 그리고 냉장고에 여러 명의 혈액이 있을 때 그것을 환자에게까지 가져갈 때의 지침도 병원마다 다 다른 것이라면 이것도 매뉴얼로 하나 정도 만들어놔야 되는 거 아닌가요?

◆ 정형준> 매뉴얼은 지금 수혈가이드라인도 있고요.

◇ 김현정> 있어요?

◆ 정형준> 네, 간호학 교과서에는 수혈 챕터가 아주 크게 돼 있죠. 이건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 김현정> 그걸 놓친 거군요. 매뉴얼이 없어서 안 된 건 아니군요? 이번에는.

◆ 정형준> 그 매뉴얼대로 일선 병원들에서 다 한다면 저희가 그동안 있었던 어떤 감염 사태들이라든지, 아니면 주사기 바늘 재사용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다 예방할 수 있는데 그걸 제대로 따르지 못한 부분들이 존재하는 것이고요. 그걸 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짚어보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황당한 사고가 없어야겠다 말씀드리면서 정책국장님 고맙습니다.

◆ 정형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국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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