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되고 있는 화학물질은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 혼합물이다. 주로 거품을 만들어내는 성분인 계면활성제를 구성하며, 살균력과 세정력이 뛰어나 청결용품에 사용된다.
하지만 CMIT와 MIT는 가습기 살균제에 보존제로 들어가 폐 섬유화 논란을 일으킨 데다, 피부 알러지 등 부작용 때문에 국내에선 치약이나 구강세정제 등에 사용이 금지돼있다.
또 지난해 7월 화장품법 개정 이후로는 사용후 씻어내는 제품에 한해 0.0015%(15ppm) 이하로만 함유할 수 있게 돼있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 치약과 구강세정제 11개 제품에서 CMIT/MIT 성분이 0.0022∼0.0044ppm 함유된 것으로 드러난 데 이어, 애경·코리아나·서울화장품 등을 비롯한 30여개 업체도 이 성분이 사용된 원료 물질을 공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허둥지둥 '도둑 발표'…"인체 무해하다" 해명만 되풀이
그런데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함유 사실조차 전혀 모르고 있다가, 정의당 이정미 의원의 지적을 받은 아모레퍼시픽측이 전량 회수조치하겠다고 신고한 뒤에야 이를 인지했다.
이 의원은 27일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와 가진 인터뷰에서 "식약처는 자신들이 마치 이 문제를 알고 조치를 취한 것처럼 급하게 발표를 했다"며 "그렇게 발표한 건 미안하다고 나중에 사과를 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식약처는 전날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낸 이후로도 "허가되지 않은 물질이 함유돼 회수 조치한 것일 뿐, 인체에는 무해하다"는 해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엔 치약제에도 CMIT/MIT가 15ppm 이내로 함유되는 걸 허용하고 있다"며 "잔류량이 모두 흡수되더라도 인체엔 안전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유럽연합 기준치를 꼭 한국에서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이미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겪지 않았느냐"며 "식약처의 대응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태도"라고 질타했다.
식약처는 일단 이 의원이 공개한 30개 업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기준치 이상을 사용한 제품이 적발된다면 회수 조치를 내린다는 방침이지만, 뒷북 조치라는 비판을 피하긴 힘들게 됐다.
더욱 큰 문제는 CMIT/MIT 성분이 함유된 제품이 비단 가습기 살균제와 이번에 문제가 된 치약뿐이 아니란 점이다.
대표적인 게 가정이나 음식점의 주방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식기세척제다. 세척제는 채소와 과일 등을 씻는 1종, 식기와 조리기구를 씻는 2종, 식품제조장치 등을 세척하는 3종으로 나뉜다.
보건복지부는 세척제 함유가 허용되는 원료를 종별로 고시하고 있지만, CMIT/MIT 성분은 1종을 제외한 2종과 3종에 사용할 수 있게 돼있다.
정진엽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해당 고시를 개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의 추궁에 "2종 세척제엔 이런 성분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밀 조사하겠다"고 답변했다.
복지부는 세척제뿐 아니라 일회용 물수건 등 다른 위생용품에 대해서도 CMIT/MIT 사용 여부를 조사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고시 개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화장품·물티슈 조사도 '가습기 논란' 터진 뒤에야 착수
앞서 이달초 식약처와 소비자원이 국내 화장품과 물티슈 제품을 점검한 결과, 사용후 씻어내지 않는 59개 화장품 제품에서 CMIT/MIT가 검출됐다. 또 1개의 수입 화장품과 '맑은느낌' 물티슈 제품에선 기준치인 15ppm을 초과하는 CMIT/MIT가 확인됐다.
당시 회수 대상이 된 화장품은 나드리 화장품의 '레브론 플렉스 실크닝 투페이스', 뉴겐코리아의 '제노 울트라 텍스쳐 매트왁스', 더샘인터내셔널의 '더샘 실크헤어 모이스처 미스트', 사랑새 화장품의 '사랑새 팝 투페이스', 우신화장품의 '알앤비 피톤 테라피 밀크 케라틴 밸런스' 등이다.
이정미 의원은 "CMIT/MIT를 사용하는 국내 업체는 대중적으로 친숙한 이마트나 빙그레, LG생활건강, 삼성과 SK 등 600여곳에 이른다"며 "대부분 산업용이지만 어떤 생활용품에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명확한 조사가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