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美 대선 TV토론 결정적 장면 Top 5

■ CBS '오늘 하루, 장주희입니다' FM 98.1 (20:05~21:00) - 이강민의 비공식 랭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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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하루 장주희입니다. 이슈와 관련된 더 깊은 이야기를 소개하는 시간, ‘이강민의 비공식 랭킹’, 이강민 아나운서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오늘은 어떤 랭킹을 준비하셨나요?

= 우리 시간으로 오늘 오전 10시에 열린 미국 대선 후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첫 TV토론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에서 TV토론은 최대 승부처라고 불릴 정도로 매우 중요한 행사인데요. 때문에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판세가 뒤집히는 드라마틱한 장면도 많이 연출됐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역대 미국 TV토론의 결정적 장면 Top 5>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 미국 대선 TV 토론의 결정적 장면, 어떤 게 있었나요?

= 1960년 미국 최초로 열린 대선 TV토론은 TV토론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증명했습니다. 첫 대선 TV토론의 주인공은 민주당 존 F. 케네디와 공화당 리처드 닉슨이었는데요. 라디오로 들을 때는 두 후보 모두 큰 문제가 없었지만, TV는 달랐습니다. 자신만만한 케네디와 달리 닉슨은 창백하고 어딘가 아파 보였는데요. 케네디가 “미국은 훌륭한 나라지만 더 훌륭해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 동안 닉슨은 면도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땀을 흘리며 서 있었습니다. 결국,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 정치 신예 케네디가 당시 현직 부통령이었던 닉슨을 꺾고 대통령이 됐는데요. 이후 닉슨은 다른 TV토론마저 피할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 첫 TV토론이었던데다 패배까지 했으니 트라우마에 시달릴만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으로 소개해주실 미국 대선 TV토론의 결정적 장면은 뭔가요?

= 1980년 열린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과 민주당 지미 카터 후보의 TV토론은 현대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TV토론은 역대 최고 기록인 8,000만 명의 시청을 기록했을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뭔가 짜증 나 보이는 카터와 달리, 영화배우 출신이었던 레이건은 카터의 공격에 여유 있게 웃으며 “또 시작하는군요”라고 받아치는 등 카리스마를 뽐냈습니다. 또, 레이건은 TV토론 마지막에 카메라를 바라보며 “4년 전보다 형편이 나아지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는데요.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하는 미국 경제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대변한 결정적 질문이었습니다. 이렇게 TV토론에서 보여준 능수능란한 모습을 계기로 레이건은 현직 대통령을 물리치고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됐습니다.


▶ 영화배우였던 레이건의 경력이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 같네요. 미국 대선 TV 토론의 결정적 장면, 또 어떤 게 있었죠?

= 레이건 대통령은 1984년 재선에 도전한 TV토론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민주당 월터 먼데일 후보와 벌인 첫 번째 TV토론에서 레이건은 집중력을 잃거나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서, 56세이던 먼데일에 비해 73세라는 나이가 대통령을 하기엔 너무 많지 않은가 하는 우려를 부르게 됐는데요. 하지만 두 번째 토론에서 레이건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사회자가 “나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라고 질문하자 레이건은 “저는 상대방 후보가 너무 어리거나 경험이 부족하다고 해서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받아쳐 토론장을 웃게 했습니다. 심지어 상대편이었던 먼데일도 웃음을 참지 못했는데요. 약점을 특유의 유머로 받아넘긴 레이건은 이후 순풍을 달고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 레이건 대통령은 TV토론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음으로 소개해주실 미국 대선 TV토론의 결정적 장면은 뭔가요?

= 1988년 열린 공화당 조지 H.W.부시와 민주당 마이클 듀카키스 후보의 토론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나왔습니다. 당시 토론 사회자였던 버나드 쇼는 듀카키스에게 “만약에 당신의 아내가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된다면 범인에게 사형을 집행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는데요. 앞서 사형제 반대 입장을 밝혔던 듀카키스는 주저 없이 “나는 오랫동안 사형제를 반대해 왔으며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기계적이고 성의 없는 이 대답은 인간적인 대답을 원했던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넘어 거부감을 안겼는데요. 이를 계기로 듀카키스는 ‘아이스 맨’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냉혈한으로 인식됐고, 여기에 국민의 안전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이미지까지 갖게 되면서 결국 대선에서 지고 말았습니다.

▶ 말 한마디가 승패를 가른 결정적 순간이었네요. 마지막으로 소개해주실 미국 TV 대선 토론의 결정적 장면은 어떤 건가요?

=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2012년 열린 TV토론에서 결정적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당시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와 벌인 1차 TV토론에서 오바마는 연설의 달인 답지 않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각종 이슈에 대해 조목조목 포인트를 짚어 내던 롬니와 달리 오바마는 문장을 쉴새없이 쏟아내거나 고개를 자주 숙이면서 쫓긴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하지만 2차 토론에서 전세가 역전됐는데요. 롬니가 오바마가 리비아 영사관 피습을 테러로 보는 데 14일이나 걸렸다며 미온적 대처를 따지자 진행자였던 크롤리가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오바마는 크롤리에게 “방금 그 지적을 조금 더 크게 말해 줄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하며 맞장구쳤고요. 이렇게 해서 분위기를 가져온 뒤로는 계속해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 끝에 토론을 압승으로 이끌고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 오늘은 미국 대선 TV토론의 결정적 장면을 살펴봤는데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때문에 결과가 바뀌기도 하지만, 미국 대선 후보들은 TV토론에서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는데요. 유불리를 따지며 마지못해 토론에 임하는 우리 정치 풍토와 비교하자니 미국의 정치 문화가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내년에 19대 대선을 치르게 되는데요. 다가오는 대선에서는 활발하고 치열한 토론을 통해 국민들이 후보들에 대해 더 정확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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