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 비정규직 대책?…'법'이나 지켜주세요

서울시 산하 기관 절반, 정규직 전환율 0%

구의역 사고(5월 28일), 남양주 지하철공사장 사고(6월 1일), 장안철교 사고(9월 5일), KTX 사고(9월 13일).

최근 언론에 크게 보도됐던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사망 사고들입니다.

‘사고가 나면 비정규직만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실제로 2013년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의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2009년 원청 근로자 1만 명 당 0.82명이 산재사고로 사망할 때 하청 근로자는 2.07명이 사망했습니다.

최근 잇따르는 '비정규직 사망사고'로 인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안전과 처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울시는 지난 8월 이른바 '비정규직 대책'을 내놨습니다.

▲2016년 7월 말 기준 5.4%인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 2018년까지 3% 이하로 감축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 적용 ▲생명안전 최우선 ▲최대 노동시간 주 52시간 이내 단축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요.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이 대책을 서울시의 혁신 사례로 손꼽았습니다.

그런데 서울시 투자·출자출연기관 상당 수가 정규직 전환 관련 현행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서울시의 비정규직 현황은 어떤지 CBS노컷뉴스가 분석해봤습니다. 자료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것을 토대로 했습니다.

자료는 최근 4년(2013년 1월~2016년 7월)간 서울시 투자·출자출연기관의 비정규직 직원 현황입니다.

◇ 정규직 전환율 0%25 기관 11곳

자료를 분석해보니 서울시 투자·출자출연기관 21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개 기관의 정규직 전환율이 최근 4년간 0%였습니다.

해당 11개 기관은 ▲서울연구원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서울디자인재단 ▲서울장학재단 ▲평생교육진흥원 ▲서울50플러스재단(서북캠퍼스) ▲서울디지털재단 ▲서울도시철도공사 ▲SH공사입니다.

해당 기관 소속 비정규직 1188명중 한명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것이죠.

특히 서울연구원(535명)과 서울시여성가족재단(177명), 서울디자인재단(181명), 서울관광마케팅(176명), SH공사(117명) 등 5개 기관은 수백 명의 비정규직을 고용하고도 정규직 전환이 없었습니다.

◇ 정규직 전환까지 평균 25.1개월 걸려

이와는 대조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이 가장 높은 기관은 59.0%를 기록한 서울메트로였습니다.

이어 서울산업진흥원 30.1%, 농수산식품공사 28.6%, 서울시립교향악단 25%, 서울문화재단 20.3%, 세종문화회관 18.9%, 서울시설공단 15.5%, 서울의료원 12.2% 등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서울관광마케팅도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으나 각각 2.7%와 1.7%로 전환율은 매우 낮았습니다.

특히 서울관광마케팅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까지의 기간이 평균 41.7개월로 가장 길었습니다. 거의 3년 6개월 정도 걸리는 셈입니다.

정규직 전환 평균 기간은 세종문화회관이 37.8개월이었고, 서울문화재단이 26.6개월, 서울산업진흥원·서울시립교향악단·농수산식품공사 등 3곳이 24개월이었습니다.

그 뒤로 서울메트로 21.6개월, 서울신용보증재단 21.2개월, 서울의료원 18개월, 서울시설공단 12.1개월 등이 소요됐습니다.

그런데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24개월을 초과해 계약할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단, 55세 이상 고령자 등 법률이 정한 6가지 예외 경우가 있긴 합니다.

현행법만 제대로 지켰어도 비정규직 비율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에 조사한 21개 기관을 분석해본 결과도 정규직 전환까지 평균 25.1개월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정규직 전환에 최소 4일 최대 65개월

그런데 특이한 점은 서울시설공단에서 한 달 미만의 계약 기간만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근로자가 10명이나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들 중 가장 짧은 계약기간은 4일에 불과했습니다. 이밖에 6일·8일·9일·14일 등 보름이 채 안 걸린 근로자도 있습니다.

해당 근로자가 탁월한 업무실적으로 보였을 수도 있지만 '특혜'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반면 정규직 전환에 가장 오래 걸린 근로자는 65개월이나 기다려야 했습니다. 5년이 훌쩍 넘는 기간이죠.

서울시는 오는 2018년까지 비정규직 비율을 3% 이하로 감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청사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있는 '법'부터 철저히 지키고, 정규직 전환 과정에 특혜 등이 없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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