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타자 디 고든, 그가 우타석에 들어선 이유는?

그만의 방법으로 호세 페르난데스를 추모한 고든

마이애미의 디 고든이 27일(한국 시각) 뉴욕 메츠와 2016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1회초 솔로 홈런을 터트리고 베리 본즈 타격 코치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마이애미 트위터 캡처)
미국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의 2루수 디 고든. 빠른 발과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자랑하는 그는 항상 좌타석에서 상대 투수와 승부를 준비한다. 그랬던 그가 생소한 우타석에 들어섰다.

고든은 27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말린스 파크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MLB)' 뉴욕 메츠와 홈 경기에 1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마이애미 선수들은 지난 25일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한 호세 페르난데스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이름과 등번호 '16번'이 박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고든의 이름 역시 페르난데스였다.

경기 전 페르난데스를 기리는 시간 내내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고든. 1회말 선두타자로 나서는 상황에서도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 하지만 고든이 들어선 타석은 평소와 정반대였다.


뉴욕의 선발은 바톨로 콜론. 우투좌타인 고든은 이날 콜론과 승부를 우타석에서 시작했다. 2011년 LA 다저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고든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우타석에서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우타석에 들어선 것이다. 이는 우투우타였던 페르난데스를 추모하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었다.

고든은 한 차례 콜론의 공을 지켜보고 이내 원래 자리인 좌타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를 지켜보던 많은 이들은 박수를 보내며 그만의 방식을 존중했다. 투수인 콜론 역시 전혀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고든의 마음을 이해한 것이다.

고든은 이 타석에서 홈런까지 때려내며 의미를 더했다. 콜론의 3구째 공이 가운데로 몰리자 고든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은 공을 높이 떠올라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시즌 1호 홈런이 페르난데스를 추모하는 타석에서 터졌다.

마이애미 말린스의 디 고든이 27일(한국 시각) 열린 뉴욕 메츠와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그만의 방법으로 고인이 된 호세 페르난데스를 추모했다. (사진=마이애미 트위터 캡처)
홈런을 확인한 고든은 베이스를 도는 내내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홈 플레이트를 밟는 순간 하늘을 쳐다보며 페르난데스에게 홈런을 바쳤다. 덕아웃에서 이를 지켜보던 많은 마이애미 선수들 역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만의 방법으로 만들어낸 뜻깊은 추모 홈런이었다. 베리 본즈 타격 코치는 눈물을 흘리며 들어오는 고든을 안아주고 달래줬다.

고든이 페르난데스를 기리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고든의 바지 우측 허벅지 부근에는 흙이 묻어 있었다. 경기중 생긴 것이 아닌 고든이 직접 묻혔다. 이는 페르난데스가 과거 쿠바에서 야구를 하던 시절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로진백(투수들이 손에서 공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묻히는 물품)이 없어 땅에 있는 흙을 손에 묻히고 바지에 닦는 버릇을 재연한 것이다.

페르난데스의 사소한 행동까지도 고든의 머릿속에는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름부터 등번호, 행동까지. 이날만큼은 자신을 버리고 페르난데스로 거듭난 고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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