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멈춰라" 철도·지하철 노조, 총파업 돌입

정부, 대체인력 투입하지만 파업 장기화되면 교통·물류 대란 우려

정부가 추진하는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며 노동계가 연쇄 총파업에 나선 가운데, 철도·지하철 노조를 망라한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파업에 나섰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27일 오전 9시를 기해 연대 총파업에 돌입한다. 또 서울 지하철 가운데 민자노선인 9호선을 제외한 1~8호선을 관리하는 서울메트로노조와 부산지하철노조도 파업에 동참할 계획이다.

철도·지하철 노조가 공동 파업에 나선 것은 1994년 변형 근로 철폐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6일간 공동 파업을 결행한 후 22년만의 일이다.

그동안 정부는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선진국형 성과중심제로 바꿔 공공기관 운영의 효율성과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며 올해 들어 성과연봉제 전면 확대를 강행해왔다.

하지만 노동계는 충분한 논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저성과자 퇴출제'로 변질돼 '쉬운 해고'만 양산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공정한 평가 없이는 조직 내 과다 경쟁을 유발해 공공기관의 공공성 등을 깨뜨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공공기관 성과·퇴출제를 공공 노동자의 총파업으로 막겠다"며 "15개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노조 조합원이 무기한 동시 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17만명 가운데 쟁의권을 확보한 철도노조 1만 8900여명을 비롯한 6만 2800여명이다.

이처럼 공공운수노조가 대규모 파업에 들어갔지만, 당장 우려되는 교통 대란이 일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철도는 공공사업장으로 분류돼 파업을 하더라도 평소 인원의 약 65% 수준인 필수유지인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KTX와 수도권 전동열차, 통근열차는 100% 정상 운행된다.

다만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 운행률은 60% 수준(새마을호 52회→30회, 무궁화호 265회→166회)으로 떨어지고, 화물열차도 30% 수준(248회→75회)까지 떨어지면서 파업의 직격타를 맞을 전망이다.

서울시 역시 2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7일간은 필수유지인력과 서울시 직원 등을 투입해 출퇴근 시간을 기준으로 지하철을 정상 운행을 유지하되, 혼잡도가 낮은 낮 시간대 열차 운행률은 평소의 80~85% 수준만 유지할 계획이다.

또 파업이 8일 이후로 넘어가면 출퇴근 시간대 이외 열차 운행을 평소의 70% 수준으로 낮추고, 시내버스 시내버스 예비차량 150여대를 투입해 막차 시각을 차고지 출발기준 1시간 연장하기로 했다.

문제는 파업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달려있다. 만약 파업이 3, 4일 가량만 지속된다면 정부와 지자체 등이 대체인력을 대거 투입해 별다른 차질 없이 정상운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파업이 1주일 전후로 진행될 경우, 기존 철도 노동자에 비해 전문성이 부족하고 인원도 적은 대체인력으로서는 장기간 운행으로 피로까지 쌓이면 자칫 안전사고까지 낳을 수 있다.

실제로 2013년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 당시 12월 15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80대 할머니 승객이 전동차에서 내리던 중 문에 발이 끼여 열차에 끌려가다, 공사 중이던 승강장 스크린도어 등에 머리를 부딪쳐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같은 해 12월 11일에는 경인선 열차가 송내역을 무정차 통과하고, 같은 날 전라선 삼례역에서 무궁화호가 열차 통과 신호를 착각하는 등 파업을 무마하고자 정부가 투입한 대체인력으로부터 비롯된 각종 사고가 일어났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국민 불편을 담보로 한 불법적 파업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이 어렵다"며 "불법 파업계획을 철회하고 조속히 본연의 자리로 돌아설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무리한 대체인력을 투입할 경우 안전사고만 부르게 될 것"이라며 "국민 안전을 위해 정부와 코레일은 법에 정해진 필수유지율을 지켜야 한다"며 "무리하게 KTX와 전동차를 100% 운행하려 해 서민이 많이 이용하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의 유지율을 낮춰서는 안되며, 급한 화물수송을 위해 화물열차 운행에도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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