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26일(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 주차장에서 다저스 선수 야시엘 푸이그를 만났다. 로버츠 감독은 "오늘 경기에 뛰어도 좋고 안 뛰어도 괜찮다. 네가 선택하라"고 말했고 푸이그는 경기에 뛰겠다고 했다.
로버츠 감독은 푸이그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푸이그는 이날 세상을 떠난 호세 페르난데스의 라이벌이자 절친한 친구다. 푸이그는 호세 페르난데스를 기리기 위해 경기에 나서겠다고 했다. 푸이그는 덕아웃에 호세 페르난데스의 유니폼을 걸어뒀다. 다저스 덕아웃에 마이매이 말린스 선수의 유니폼이 걸렸지만 누구도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았다.
푸이그는 2013년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호세 페르난데스도 같은 해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았다. 둘은 쿠바 출신이다. 나란히 신인왕 경쟁을 펼쳤고 호세 페르난데스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선의의 경쟁은 둘을 더 가깝게 했다. 호세 페르난데스에게 삼진을 당하더라도 그와의 승부가 즐거웠다고 말했고 이제 모든 게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추모했다.
호세 페르난데스의 사망 소식이 26일 메이저리그 전 구장을 강타했다. 호세 페르난데스는 미국 시간으로 일요일(25일) 오전 마이애미 해안에서 보트를 타다 사고를 당했다. 보트 사고로 3명이 숨졌고 페르난데스도 그 중 한명이었다.
망명 보트를 타고 건너와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웠던 호세 페르난데스였기에 보트 사고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호세 페르난데스는 2005년 미국으로 망명한 의붓아버지를 보고 쿠바를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쿠바에서 마이매미를 향해 세차례 망명을 시도했으나 연거푸 실패했다. 그는 강제로 야구공을 놓아야 했고 감옥에도 갔다.
호세 페르나데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2008년 어머니, 누나와 함께 멕시코를 경유해 미국으로 들어가는 망명 계획을 세웠다. 표류 도중 거친 파도 안으로 뛰어들어 물에 빠진 어머니를 구해내기도 했다. 당시 그의 나이 만 17세였다.
쿠바 망명자 출신 야구 지도자의 도움으로 미국 고등학교에 입학한 호세 페르난데스는 단기간에 자신의 이름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알렸고 2011년 1라운드 전체 14순위로 마이애미 말린스(당시 플로리다 말린스)의 지명을 받았다.
호세 페르난데스는 마이애미의 유망주 랭킹 1위이자 메이저리그가 주목하는 초특급 투수 유망주였다. 2013년 데뷔하자마자 12승6패 평균자책점 2.19를 기록하며 잠재력을 뽐냈다.
이후 2시즌동안 부상 탓에 총 19경기(10승3패 평균자책점 2.71) 출전에 그쳤던 호세 페르난데스는 올해 16승8패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해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았다.
호세 페르난데스는 지난 21일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1-0 팀 승리를 이끌었다. 8이닝동안 탈삼진 12개를 곁들이며 3피안타 무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내셔널리그 최고의 타자로 평가받는 브라이스 하퍼와 워싱턴 타선을 그야말로 압도했던 이 경기는 호세 페르난데스의 마지막 경기로 남게 됐다.
팀 동료 마틴 프라도는 "그 경기가 끝나고 호세가 팀 동료에게 자신의 역대 최고의 경기였다고 말했는데 이제 그는 떠나버렸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