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국 작가들의 도시 에세이'

'계간 ASIA' 2016년 가을호

계간 'ASIA' 가을호에서 10개국 작가들이 '도시와 문학'에 대한 에세이를 발표햇다. 지난여름 계간 '아시아'와 연희문학창작촌이 공동주최한 2016 아시아문학창작워크숍에 아시아 9개국의 작가들이 참가했다. 가을호에서 이들 작가들의 다채로운 도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 무라타 사야카는 일본 고도성장기의 유년시절로 독자를 안내하며, 도쿄 인근 지바 뉴타운에서 글 짓던 소녀의 초상이 현재의 소설 쓰기에도 변주되고 있다고 전한다.

난 원래 공상하는 버릇이 있는 아이였지만,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글로 쓰는 것은 엄청나게 달랐다. 아마도 어릴 때 소설을 쓴 많은 아이들이 그러한 것처럼, 소설이 지닌 커다란 힘에 빨려 들어가는 나머지 그 힘을 제대로 가누는 일은 대단히 어려웠다. 그렇게 커다란 힘에 빨려 들어가는 감각에 난 온 정신이 팔렸다. 6학년일 때 절반쯤은 용돈에서 충당한다는 조건으로 전동타자기를 사달라고 했다. 그 뒤부터 더욱 열광적으로 소설을 써댔다.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데리고 가는 감각은 강렬했다. 그래서 잠을 잘 때나 깨어 있을때나 오직 소설만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소설 속에서 자기가 자란 동네와 만나는 일」에서, 무라타 사야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어 온 중국의 대표적인 작가 한샤오궁은 문화대혁명 기간 마차오라는 시골마을에 하방해 지낸 경험을 소설로 창작하게 된 사연을 들려준다. 그 소설이 바로 그의 대표작인 『마차오사전(마교사전)』이다.

사전을 모방한 이 소설에서 모든 단어는 삶과 역사, 그 단어의 이면에 숨어 있는 이야기로 들어가는 하나의 문, 하나의 입구가 된다. 나는 가끔씩 내가 탐정이 되어 모든 어휘들을 하나하나 상세히 조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모든 어휘들이 살아 있는 생물이나 인물인 것 같았다. 나는 이 어휘들의 표정과 운명을 알고 싶었다.
-「한 시골 마을에 바치는 사전」에서, 한샤오궁

그 외 방글라데시의 페미니스트 작가 샤힌 아크타르가 다카에서 여성으로서 전?근대의 모순과 겪은 갈등을 기록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수라바야에서 활동 중인 신따 위스단띠는 작가이자 교육활동가로서 근대적 대도시의 위협에 노출된 아이들을 위한 문학의 치유력에 대해 말한다. 터키의 네르민 일디림, 필리핀의 산드라 롤단, 몽골의 푸릅후 바트호약, 태국의 쁘랍다 윤, 인도의 판카지 두베이 그리고 한국 작가로는 김응교 시인이 서울 이야기를 가지고 특집에 참여했다.

제3회 심훈문학대상, 베트남 국민작가 바오 닌 수상


베트남의 국민작가 바오 닌(Bao Ninh)이 제3회 심훈문학대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심사위원회(고은 시인,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최원식 문학평론가, 이승훈 세한대 총장, 스티븐 캐페너 교수)는 16개국 언어로 번역·출간된 대표작 『전쟁의 슬픔』으로 전 세계 독자와 언론의 찬사를 받은 작가의 세계적인 성과와 실제 베트남 인민군 출신으로 전쟁의 참상을 증언하고 반전의 대의를 들어올린 점을 높이 평가하여 바오 닌을 제3회 심훈문학대상 수상자로 결정했다.

심사에 참여한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은 “(바오 닌의 문학은) 제국주의 시대를 슬퍼했고, 민족의 미래를 염려했으며, 휴머니즘을 추구했던 심훈의 문학세계와 상통한다”고 그를 수상자로 적극 추천한 이유를 밝혔다. 최원식 문학평론가도 “베트남 국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반전을 견지한 도덕적 용기는 전후 참전국들과의 화해를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는 심사평을 전했다.

바오 닌은 이번 심훈문학대상 수상소감을 빌어 한국 작가들과의 깊은 우정을 전하며 전쟁을 소재로 한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진솔한 마음을 담았다.

하지만 저는 저와 같은 작가들이 한국을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 많이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전쟁을 한없이 증오하면서도, 전쟁이라는 주제를 절대로 스스로 손에서 놓지 못합니다. (중략) 내가 직접 목격한 전쟁의 풍경들은 이미 40년 뒤로 흘러가 있으나 21세기 현재에도 여전히 오늘날의 현실로 매일매일이 세계 어딘가 수많은 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전쟁의 잔혹성은 지난 전쟁 그 어느 것에도 뒤지지 않고, 여전히 끔찍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것이 너무도 슬픈 현실입니다. 때문에 전쟁을 주제로 한 글쓰기는 작가가 회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어떻게 쓸 것인가.’하는 것입니다.
-「평화와 행복을 위한 글쓰기」에서, 바오 닌

공대 출신 소설가 장강명의 건축공학적 창작론

‘나는 어떻게 쓰는가’라는 주제로 소설가들의 창작론을 듣는 'ASIA작가'에는 최근 문제작들을 연달아 출간하며 문단과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은 장강명 소설가를 초대했다. 연간 창작에 2,200시간을 할애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은 한국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 2,100시간 남짓이기 때문이란다. 장강명은 더 나아가, 창작과정이 내장하고 있는 오묘한 ‘비약의 순간’과 이에 작용하는 어떤 힘에 대한 감각, 그리고 공허함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고백한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뭐야, 이 사람은? 예술가라기보다는 마치 기술자 같은 태도로군’이라고 여기실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그 말은 어느 정도 맞다. 나는 뼛속까지 엔지니어 기질이 있어서, 내가 하는 작업을 분석하고 공정을 개선하는 데 관심이 크고 이런저런 실험도 자주 벌인다. 창작의 고통과 신비를 과장하는 작가들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심 그들 중 상당수는 자기 자신을 실제 이상으로 포장하기 위해 허세를 부리는 것일 뿐이라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는 분명 어떤 미스터리가 있다.
-「나는 어떻게 쓰는가」에서, 장강명

해외 작품으로는 중국과 미얀마의 단편 소설을 수록했다.

비페이위의 「퍼붓는 듯한 비」는 중학생 딸을 가진 부부의 이야기이다. 자녀의 교육에 모든 걸 바치는 현대 중국 가정의 세태를 희극적이고 풍자적인 언어로 그리면서, 한편으로 급격한 경제성장 이면에서 세대적 단절이 심화되고, 정체성이 훼손되는 중국사회의 내상을 보여준다.

민 루의 「유로 투 타운-신」은 축구대회 ‘유로2000’에 대한 미얀마식 영어 표현이다. 1993년 미얀마 국가대표팀이 동아시아컵에서 은메달을 딴 이후 미얀마의 시골사람들이 중계방송으로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시청하고, 축구 중계에 열광하는 여성 팬들도 많이 늘었다. ‘축구 바이러스’로 표현되는 이 축구 열풍을 작가는 아주 유머러스하게 중계하고 있다. 특히 영어로 된 축구 용어에 낯선 시골 사람들이 어림짐작으로 풀어놓는 해학적인 수다가 일품이다.

402쪽/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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