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보육원 의무 교육화'

'보육원 의무 교육화'는 저출산 해소에 공헌할 뿐 아니라, 사회의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양질의 영·유아 교육을 받은 아이는, 어른이 됐을 때 높은 수입과 낮은 범죄율을 보였다. 동시에 ‘보육원 의무 교육화’는 육아 활동 중에 발생하는 고립을 막는다. 현재 일본은 어쨌든 모든 육아 책임을 ‘엄마’에게 전가하고 있다. 아이가 전철이나 비행기 안에서 우는 일도, 학교에서 공부를 못하는 것도, 친구들과 말썽을 일으켜도 뭐든지 ‘엄마’ 탓이다. 그런데 사실 육아는, 사회가 좀 더 책임져도 될 문제이지 않은가. 게다가 육아 지원에 예산을 쓰는 건 경제 성장으로도 이어진다. 말하자면 좋은 일투성이라는 얘기다.
-본문에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가장 손쉽게 그리고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신간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의 저자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그동안 국가가 출산과 육아, 가족 복지의 문제와 책임을 지나치게 가정, 특히나 ‘여성’에게 전가해 왔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현재 각 가정과 여성이 과도하게 떠맡고 있는 ‘책임과 의무’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감당해 줘야만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타개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가령 여성은 근대화 이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사 노동자로서만 여겨져 왔을 뿐, 사회·경제적 주체로서는 좀처럼 평가받지 못했다. 하지만 노동력 부족과 저성장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여성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꾼’인 동시에, 출산을 ‘당사자’로서 결정할 수 있는 ‘사회적 재생산의 진정한 주체’이자 든든한 ‘소비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여성에게 사회 활동의 폭을 더욱 개방하고, 출산과 육아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여건을 마련해 주면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저절로 해소될 터다.

이때 최소한의 비용으로 사회 전체적 효과를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 ‘보육원 의무 교육화’다. 이것은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헤크먼이 각각의 연구를 통해 효용을 입증해 낸 방법일 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 미국 등)에서 이미 실질적으로 엄청난 효과를 거둔 제도이기도 하다.

더불어 ‘보육원 의무 교육화’는 육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모의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화목한 가정 분위기를 조성해 주며, 집 안에서 발생하는 아동 대상 폭력을 대폭 줄인다. 또 조기(0세)에 보육원에서 경험한 사회화 과정은 안정된 정서 발달을 도와 아이에게도 커다란 자산이 된다. 이른바 ‘살아갈 힘’을 높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살아갈 힘’ 혹은 ‘비인지 능력’이라고 불리는 고도의 사회성, 공감 능력, 인내심, 타자와의 교류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두뇌 발달은 아동의 학업 성취도를 끌어올리고, 반사회적 성향을 낮추는 데에도 일조해 사회 안전망을 탄탄하게 한다.

특히나 소득 격차가 격심해지는 저성장 시대에 모든 아동들이 윤택한 보육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공평하게 사회적 첫걸음을 시작한다는 것은, 각종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매우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저자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대학 교육비에 비하면, 아니 다른 어떤 제도와 비교해 봐도 턱없이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보육원 의무 교육화’를 통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일소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왜냐하면 ‘보육원 의무 교육화’는 탁상공론이 아니라, 이미 수많은 나라에서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나라와 일본만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제 대한민국도 더 늦기 전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 한연 옮김 | 민음사 | 184쪽 | 11,000원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