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준 의원은 지난 22일 한 인터뷰에서 "(반 총장이) 어느 당을 선택할지 뭐라 할 수 없다"며 영입 주장에 거리를 뒀다. 윤상현‧홍문종‧김태흠 의원 등도 "꽃가마는 없다", "국내 정치 리더십을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
좌장 격인 최경환 의원은 아예 "요즘 (대선에) 안 나오면 정치인 취급을 못 받는다"며 자신의 출마를 가정한 대안론까지 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한 당 안팎의 가설들은 '거리두기'에 다른 의도와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본다.
비박계 일각의 주장이다. 친박계가 반 총장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품고 있다고 본다. 불화의 계기는 지난 5월. 반 총장이 방한 이후 먼저 친박 의원들로부터 거리를 뒀는데 원인은 낮아진 친박계의 위상 때문.
당초 방한 계획을 짰던 연초에 비해 4‧13 총선을 거치면서 '계파 간 공천 갈등', '여소야대' 등 친박계에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반 총장이 부담스러워 했다는 것이다.
이런 기류를 영입에 공을 들였던 모 친박 의원이 접수했고, 친박계도 반 총장의 변심을 괘심해 하고 있다고 해석됐다.
그러나 이 같은 반응에 대해선 반 총장을 견제하는 일부 비박계의 '아전인수'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25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불화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흘린 해석이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 '친박 후보' 딱지 떼기 내통설
불화설을 반박하는 측에선 반 총장과 친박계가 고도의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양쪽 모두 반 총장이 '친박 후보'로 각인될 경우 내년 대선 본선 경쟁력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서로 공모에 의한 탈색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내 회자되는 '반기문 딜레마'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당내 조직력이 강한 친박계가 지원하는 반 총장이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것은 쉽지만, 당 밖에서 인기가 없는 친박계의 지원이 오히려 외연 확장 측면에서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역이용했다.
한 초선 의원은 "'반기문=친박 후보'라는 등식은 야권의 프레임"이라며 "반 총장은 친박-비박을 넘어 여권 전체의 후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가 지지하고 비박계는 반대하는 계파 갈등을 또 다시 노출할 수 없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 '반기문 길들이기' 포석설
갈등설과 내통설이 혼합된 가설이다. 반 총장과 친박 의원들이 큰 틀에서 '반기문 대망론'에 동의하면서도 물밑에선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의도적 거리두기라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아직 그 정도의 교감이 있는 단계가 아니다. 일단 반 총장이 친박계의 조언을 잘 듣는 것이 먼저"라고 설명했다.
반 총장이 친박계와 '거리두기'를 하고 싶다면 사전 양해부터 받아야 하며, 거리를 두더라도 넘어선 안 될 선이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같은 맥락에서 반 총장이 지난 8‧9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대표와 이주영 의원의 성패를 참고해야 한다는 조언이 친박계 내부에서 제기된다. 당초 친박계가 낙점했던 이 의원이 '총선 책임론' 한방으로 외면당했고, 이 대표가 간택된 점을 잊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길들이기' 포석에는 반 총장을 대선 후보로 만드는 것은 철저히 자신들의 의중에 달려 있다는, 친박계가 대선 판을 주도하겠다는 자신감이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