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과 같은 학교였는데"…참사에 쌍문동 주민들 눈시울 붉혀

경찰 1차적으로 전기배선 원인 지목…명확한 감식 위해 합동조사 예정

24일 새벽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13층에서 불이 나 이모(46)씨와 딸 2명 등 일가족 3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화마(火魔)가 지나간 자리를 쉽게 뜨지 못하며 밤새 있었던 일을 잊지 못했다.

이날 오후 현장에서 만난 40대 주민 김 모씨는 "갑자기 두두두 하는 소리가 들려 처음에는 공사소리인가 싶었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한창 지속됐다. 남편과 창문을 열어보니 불이 13층에서 점점 14층, 15층으로 번지더라. 나중에 유리창도 깨져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A씨는 "마음이 안 좋아 계속 나와서 보고 있다"며 "막내딸과 같은 학교 다니는 아이네 집이라는 말에 놀랐고 안타까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주민 B씨는 "평소에 잘 알던 집이라 마음이 너무 안 좋다"며 "엄마와 아이들 사이가 특히 돈독해서 같이 잘 다녔다. 그렇게 갈 사람들이 아닌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 숨진 딸 이웃과 같은 학교 다닌다는 얘기에 주민들 가슴 먹먹


쌍문동 한양7차 아파트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소방차 한 대도 여전히 자리를 지켰고, 도봉구 통합지원본부도 천막을 차리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경찰차도 수시로 오고갔다.

해당 아파트 13층과 14층, 15층까지 검게 그을려 있었고 아파트 8층을 비롯해 유리창 전체가 날아간 집도 간간이 보였다.

옆 라인에 거주하는 주민 C씨는 가족들과 집에서 나와 다른 주민의 집으로 옮겨가며 "집에 탄 냄새가 가득해 도저히 있을 수가 없다"며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서울도봉경찰서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화재감식팀과 도방소방서 등의 1차 육안 현장감식 결과 13층 이씨의 집 거실 텔레비전 장식장 뒤편 배선에서 단락흔(잘린 흔적) 정황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일단 거실 티비장 부근 전선에 단락흔이 보이고 이로 인해 화재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적 요인에 의해 불이 나지 않았나 추정하지만 육안으로만 본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방문조사에서 이씨의 아들(20)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새벽 2시쯤 들어와 자고 있었는데 밖에서 불이 난다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불이 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 아들 "거실서 불나 함께 불 끄려다 참사"…경찰 "TV 장식장 뒤서 배선 잘린 흔적"

소파 거실에서 동생(17)이 화장실 쪽 건조대에 널려 있던 빨래로 거실 쪽 불을 끄려고 시도하고 있었고, 엄마 노모(46)씨도 그 소리를 듣고 안방에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이불 등을 갖고 나와 같이 끄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노씨와 아들은 아파트 출입문으로 나왔지만, 아버지 이씨와 안방에 있던 막내 동생(15) 등은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화재가 진압된 후의 쌍문동 한양7차 아파트 현장 (사진=이지혜 기자)
현재 아들은 팔과 가슴 등에 화상을 입었고, 부인 노씨는 큰 화상을 입어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이씨와 막내 동생은 베란다에서 끝내 숨진 채 발견됐고, 둘째 동생은 베란다에서 아파트 1층으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1차 육안감식 결과와 아들의 진술에서 거실 텔레비전 인근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동일한 점이 있는 점 등으로 미뤄 당장은 방화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가지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25일 오전 11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당국, 전기 및 가스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정밀합동감식을 벌여 명확한 화재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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