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현장에서 만난 40대 주민 김 모씨는 "갑자기 두두두 하는 소리가 들려 처음에는 공사소리인가 싶었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한창 지속됐다. 남편과 창문을 열어보니 불이 13층에서 점점 14층, 15층으로 번지더라. 나중에 유리창도 깨져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A씨는 "마음이 안 좋아 계속 나와서 보고 있다"며 "막내딸과 같은 학교 다니는 아이네 집이라는 말에 놀랐고 안타까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주민 B씨는 "평소에 잘 알던 집이라 마음이 너무 안 좋다"며 "엄마와 아이들 사이가 특히 돈독해서 같이 잘 다녔다. 그렇게 갈 사람들이 아닌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 숨진 딸 이웃과 같은 학교 다닌다는 얘기에 주민들 가슴 먹먹
해당 아파트 13층과 14층, 15층까지 검게 그을려 있었고 아파트 8층을 비롯해 유리창 전체가 날아간 집도 간간이 보였다.
옆 라인에 거주하는 주민 C씨는 가족들과 집에서 나와 다른 주민의 집으로 옮겨가며 "집에 탄 냄새가 가득해 도저히 있을 수가 없다"며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서울도봉경찰서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화재감식팀과 도방소방서 등의 1차 육안 현장감식 결과 13층 이씨의 집 거실 텔레비전 장식장 뒤편 배선에서 단락흔(잘린 흔적) 정황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일단 거실 티비장 부근 전선에 단락흔이 보이고 이로 인해 화재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적 요인에 의해 불이 나지 않았나 추정하지만 육안으로만 본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방문조사에서 이씨의 아들(20)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새벽 2시쯤 들어와 자고 있었는데 밖에서 불이 난다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불이 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 아들 "거실서 불나 함께 불 끄려다 참사"…경찰 "TV 장식장 뒤서 배선 잘린 흔적"
소파 거실에서 동생(17)이 화장실 쪽 건조대에 널려 있던 빨래로 거실 쪽 불을 끄려고 시도하고 있었고, 엄마 노모(46)씨도 그 소리를 듣고 안방에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이불 등을 갖고 나와 같이 끄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노씨와 아들은 아파트 출입문으로 나왔지만, 아버지 이씨와 안방에 있던 막내 동생(15) 등은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1차 육안감식 결과와 아들의 진술에서 거실 텔레비전 인근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동일한 점이 있는 점 등으로 미뤄 당장은 방화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가지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25일 오전 11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당국, 전기 및 가스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정밀합동감식을 벌여 명확한 화재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