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장순욱 부장판사)는 한국철도공사 직원 A씨(사망 당시 37세)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7월 A씨가 근무하던 지방의 한 전철역에 새로운 직장 상사 B씨가 부임했다.
B씨는 부하 직원들과의 단합을 위해 같은 달 25일 회식을 가졌지만, 이는 A씨의 생애 마지막 술자리가 되고 말았다.
1차·2차 회식을 마친 밤 11시쯤 B씨는 다른 지방에 거주하는 A씨를 열차에 태워 집에 보내기 위해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A씨는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이미 만취한 상태였다. 이에 B씨는 A씨와 회식에 동석했던 다른 부서 직원 C씨를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갔고, 술을 깨라는 취지로 복분자 한잔과 컵라면을 내줬다.
A씨 등에게 이부자리를 깔아준 B씨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지 10분도 채 안 된 시각, 바깥에서 거친 소리가 들려왔다.
A씨가 10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져 숨진 것이었다. 경찰은 베란다 방충망이 열려 있었고, 부검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226%였다는 점 등을 고려해 A씨가 만취 상태에서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에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고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근무지에서는 전입이 있는 경우 관행적으로 회식이 열렸고, 이 회식은 사전에 직원들의 일정을 고려해 정해진 것"이라며 "역장에게도 회식 개최 사실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부서 직원이 참석했다고 해서 회식이 공적인 업무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볼 것은 아니다"며 "이 회식은 단합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B씨가 A씨에게 업무 협조를 구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B씨의 집에 간 것은 A씨의 선택이 아니었고, 이는 회식 주관자인 B씨가 부하 직원의 안위를 걱정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보호 아래 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건이 집에서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