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지기 살해한 어느 중년의 고백…"본인이 부탁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애너하임 처형식 촉탁살인사건 전말 파헤쳐

(이하 사진=SBS 제공)
24일(토)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나를 죽여 달라"는 35년 지기의 부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어느 중년이 벌인 믿기 힘든 사건의 전말을 파헤친다.

지난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의 한 공장지대에서 길가에 버려진 듯한 승용차 한 대가 발견됐다. 열린 트렁크, 바람 빠진 타이어,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차량수리용 공구들, 그리고 그 옆에는 한 남자가 많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겉으로 봤을 때는 이 남자가 늦은 밤 한적한 도로를 달리던 중 타이어에 바람이 빠졌고, 이를 교체하려다가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뒤통수의 부상을 보고, 또 차량 아래쪽에 피가 없는 것을 보고는 단순 사고가 아니란 걸 알았죠.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난 거예요." - 사건 담당 형사 인터뷰 중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숨진 남성의 뒤통수에서 총알이 하나 발견됐다. 등 뒤에 선명히 새겨진 300㎜ 넘는 커다란 족적과 함께였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의 신원은 여행을 위해 미국을 찾은 한국인 이 씨였다. 예사롭지 않은 사건임을 느낀 경찰은 숨진 남성의 주변 사람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사건 발생 뒤 어느 날 미국에 사는 또 다른 중년의 한국 남성이 체포됐다. 다름 아닌 피해자 이 씨의 35년 지기 친구 조 씨였다. 3시간여 동안 내내 범행을 부인하던 조 씨는 이내 큰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이 씨가 미국 올 때부터 얘기했었어요. 자기를 죽여 달라고 했어요." - 조 씨의 초기 진술 내용 중

그는 사건 날짜와 장소, 총기 구입까지 모든 것을 계획한 것은 바로 사망한 이 씨였다고 주장했다.

◇ 진술과 다른 정황들…"범행동기 각색 가능성 커"

그런데 죽은 이 씨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흔적들은 그가 죽을 마음을 지닌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 씨의 방에서 한국행 항공권을 발견했어요. 그리고 아내 생일에 맞춰 편지와 꽃다발을 보냈었죠." - 사건 담당 검사 인터뷰 중

모든 것을 이 씨가 계획했다는 조 씨의 주장과 달리, 조 씨 본인이 친구의 죽음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났다. 조 씨는 사망한 이 씨의 차 타이어에 구멍을 내기 위해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었고, 이 씨와 함께 사격장에 가서 사격 연습도 했다. 결정적으로 사건이 일어나기 약 일주일 전에 한 대형마트에서 이 씨와 함께 범행도구를 구입하는 조 씨의 모습이 확인됐다.

용의자 조 씨의 초기 진술 영상을 어렵게 입수한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국내 범죄심리 전문가, 진술분석 전문가들과 함께 9시간에 달하는 내용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조 씨의 범행동기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금의 범행동기로 충분한가?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범행동기 부분이 굉장히 각색이 많이 됐을 가능성이 있거든요."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 인터뷰 중

그런데 조 씨가 범행동기와 관련해 진술한 내용 중 유독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바로 조 씨와 사망한 이 씨가 함께 썼다는 각서다. 조 씨는 "이 씨의 돈을 빌린 적이 있고, 만약 그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이 씨의 어떤 부탁이라도 다 들어준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건과 관련된 증거물 가운데 유일하게 각서만 발견되지 않았다. 과연 그 각서는 존재하는 것일까. 만약 존재한다면, 그 각서에는 사건의 의문을 해결해 줄 둘만의 비밀이 담겨 있지 않을까.

"조 씨와 (숨진) 이 씨 사이에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이 사건은 목적에 의한 범죄보다는 감정적인 범죄의 형태를 많이 띠고 있어요." - 경찰청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 인터뷰 중

이번 주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35년지기 사이에서 벌어진, 이른바 애너하임 처형식 촉탁살인사건에 얽힌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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