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로 올라와 취업 준비에 한창인 홍현우(26)씨는 대학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왔다.
하지만 고용주의 변덕으로 6개월 넘게 일하기가 쉽지 않아 취업 공부는커녕 생활비 마련도 쉽지 않다.
홍 씨는 "편의점에서 야간에 일하는데, 업주가 '가족끼리 운영하겠다'며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통보했다"며 "화장품 공장에서도 일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물량이 줄었으니 그만 나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충남 천안에 사는 박원희(27·여)씨는 최근 기계 검사원으로 일하던 공장 일을 8개월 만에 스스로 그만뒀다.
박씨는 "백화점이나 식당에서도 일해봤지만 모두 1년 안에 그만뒀다"며 "월급도 복지도 열악한데,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늘 고민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리뷰' 9월호와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보험DB를 활용한 노동시장분석' 보고서를 종합해보면,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새로 취업하거나 반대로 일을 그만둔 경우를 합한 '노동이동률'은 평균 52.8%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노동자들이 일하는 일자리 자체가 늘어나거나 줄어든 증감폭인 '일자리 재배치율'은 9.2%로, 노동이동률이 약 5.7배나 높다.
상식적으로는 누구든 노동자가 되려면 일자리를 얻어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와 노동자는 1대1로 맞아떨어져야 한다. 다만 일을 그만뒀다가 다시 재취업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노동이동률이 일자리 재배치율보다 좀 더 높은 것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한국의 일자리 규모의 변동과 노동시장의 출입 규모 간의 차이인 '초과노동이동률'이 너무 심해 완전히 따로 노는 모순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정보원 이시균 인력수급전망팀장은 "일을 그만두는 '이직률(離職率)'이 한국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3배 가량 높은데, 그 이유는 단기 고용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노동자가 6개월 이상 채용 상태를 유지하는 비율이 50%를 간신히 넘기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보험 가입자가 1200여만명인데, 이를 탈퇴하는 이직자가 해마다 550만명씩 나온다"며 "이 가운데 80%는 1년 이내에 다시 일자리를 구한다. 고용과 실업이 무수히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고용과 실업이 반복되더라도, 노동자가 평생 한 직장에만 머무는 대신 더 좋은 일자리를 위해 자유롭게 이동하는 '노동 유연화'가 이뤄진 결과라면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동연구원 김기민 전문위원은 "고용이 불안정한 근로자들이 대체채용/대체이직 등의 비정규직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측된다"며 "좋은 일자리를 새로 구해서 나가는 경우보다는 취약한 일자리 사이에서 돌고 도는 셈"이라며 설명했다.
실제로 노동이동률이 평균보다 큰 사업체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은 노동이동률이 평균보다 작은 사업체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에 비해 약 1.5~6.1%p 높았다.
이들 집단은 자의든 타의든 자주 일을 그만두고, 금방 일자리를 다시 찾는 일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2013년 30~50세 미만 집단의 '초과노동이동률'은 31.4%에 불과했지만, 30세 미만인 경우는 114.2%나 됐다.
또 임신·육아로 재취업이 필수 코스처럼 여겨지는 여성들 역시 남성(40.4%)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73.8%를 기록했다.
이 팀장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사회 전체적으로도 고용·실업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급증한다는 점도 문제"며 "반복 실업·재취업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오른만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정책과 한국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