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전날 LG가 NC를 잡았다면 두산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LG가 3번이나 득점권에서 주자가 횡사하는 바람에 연장 끝에 1-1로 비겼다. 두산의 우승 확정이 다음 기회로 미뤄지는 순간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어제 경기를 봤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TV로 중간중간 지켜봤는데 나중에 보니 비겼더라"고 묘한 미소를 지었다. "LG가 이겨주길 바랐느냐"는 질문에 "그걸 말이라도 하느냐"고 웃으며 반문했다.
22일 잠실에서 직접 우승을 확정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묻자 김 감독은 "그래도 하루라도 빨리 우승이 확정되는 게 편하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우승이 확정되면 남은 경기에서는 그동안 고생한 선수들을 좀 쉬게 하고 새로 합류한 선수들을 점검해야 등 할 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두산의 일부 구단 직원들은 전날 NC가 이기길 바랐다는 얘기도 나왔다. 케이티전에서 이겨 공들여 준비한 우승 플래카드를 직접 팬들 앞에서 펼쳐야 제맛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말을 전해들은 김 감독은 "그게 누구냐"면서 옆에 있던 한 관계자를 가리키더니 "(더그아웃에서) 나가!"라며 농담섞인 호통을 쳤다. 김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지만 정규리그는 또 다르더라"면서 "시즌 내내 선수단을 관리해야 하는 게 어렵더라"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두산은 이날 승리를 거두면 1995년 이후 21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다. 과연 두산이 이날 화끈하게 홈 팬들과 함께 우승 세리머니를 펼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