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경영진이 관리력 부재를 드러내면서 오는 11월 새로운 KB국민은행장에 외부 인사가 영입될 것이란 설이 파다하다.
지난 2014년 터진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의 권력 다툼인 'KB사태' 여파로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 인사인 윤종규 회장에 취임하게 됐지만, 윤 회장 취임 이후 뒷돈 거래와 부당한 거래 등으로 구설수가 잦은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몸집을 끊임없이 부풀려 나가는 KB가 물리적 화합에만 치중할 뿐 조직원들의 화학적 융합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에서는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 '스폰서 검사'와 KB 그리고 퍼지는 의혹
22일 금융권과 검찰 등에 따르면, 최근 일명 '스폰서 검사' 사건과 관련해 KB지주회사 임원이 정기적으로 검사를 만나 접대를 해왔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임원이 스폰서 검사를 접대한 시기가 우연하게도 KB국민은행이 KDB대우증권 인수전에 나선 때와 맞물리면서 KB금융지주에서 조직적으로 계열사 관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특히 KB투자증권은 지난해 9~10월 임직원 2명이 시간외 주식 대량매매(블록딜) 알선 대가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의 수사를 받았다. 2014년 코스닥 상장사인 인포바인의 대주주로부터 주식 45만 주를 기관투자자에게 130억 원에 팔아주는 대가로 뒷돈 6억90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였다.
주식 '블록딜'은 주식 대량 매매 시 시장가격에 영향이 없도록 주식시장이 개장하지 않았을 때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주식매매 수수료 이외의 금품을 받는 것은 불법이다.
합수단은 지난해 10월 8일 KB투자증권을 압수수색한 뒤, 21일에는 KB투자증권 팀장을, 28일에는 KB투자증권 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이들은 올해 4월 서울남부지법에서 각각 징역 1년과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 뒷돈·뒷거래로 얼룩진 KB금융지주
올해 4월에는 KB국민은행의 한 간부가 수출업체 관계자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뒤 수출 신용장 사기행각을 도운 정황이 포착돼 검찰 조사가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KB국민은행 A지점에 근무 중이던 팀장급 B부지점장이 한 수출기업 관계자로부터 1억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2월 말쯤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자, 은행 전 지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내부제보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올해 3월 부지점장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업체 관계자를 사문서변조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각각 고소했다. '관리책임'을 물어 해당 지점장도 대기발령 조치했다.
지난해 9월에는 KB국민은행 한 직원이 협력업체를 상대로 십여 년간 뒷돈을 받아온 것이 내부감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 재직하면서 2003년부터 올해까지 약 12년간 본점의 시설 및 전기관리 업체를 상대로 1억 원대의 금품을 챙겼다.
그뿐만 아니라 대출을 담당하던 한 직원은 강남 지역 3개 지점에서 대출 관련 서류 확인, 심사를 맡으면서 이를 악용, 8억 원 가량을 가로채 구속되기도 했다. 재직증명서, 임대차계약서, 전세계약서 등 기존 대출 서류의 이름과 주민번호 부분을 친인척 등 지인들의 것으로 바꿔 붙인 뒤 복사하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챈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KB국민은행에서 일어난 사건 금액 규모도 591억 원에 달했다.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KB국민은행에서 일어난 금융사고는 38건으로 피해액만 4409억 원에 달했다. 2012~2014년 18개 시중은행에서 총 162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고 피해액은 7,04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국민은행이 62.5%를 차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대형 금융사고를 일으킨 당사자를 승진까지 시키는 등 제대로 된 징계를 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비슷한 유형의 잘못된 행태가 반복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냉정하게 보면 단순한 은행원 개인의 일탈이 아닌 내부통제가 소홀한 조직문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 박수환 게이트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KB
최근 KB는 신문지면의 톱기사를 장식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개입 문제로 시끌시끌한 이른바 '박수환 게이트'와도 엮이며 의심스러운 시선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달 31일 검찰 부패범죄 특별수사팀은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즈와 거래한 KB금융지주를 압수 수색을 했다.
KB금융지주는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이 회장 대행이던 2009년 뉴스커뮤니케이션즈과 컨설팅 명목으로 거액의 홍보계약을 맺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2009년 11월, 4억 9500만 원에 '글로벌 금융그룹 도약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명목으로 뉴스컴과 9개월간 월 5500만 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SC은행이 2014년 뉴스컴과 체결한 9개월 홍보자문 계약이 1억 512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금액이다.
일각에서는 박수환 뉴스컴 대표가 의혹을 받고 있는 불법 법률사무(변호사법 위반) 계약이 아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강 전 행장이 KB회장에 도전하기 위해 이미지 관리, 어젠다 제시 등을 모색했고 이런 이유에서 외부 컨설팅을 받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강 전 행장은 뉴스컴 계약 한 달 뒤인 그해 12월3일 회장에 내정됐지만 공정성 시비 등 논란을 겪으면서 내정자에서 물러났다.
◇ 윤종규 회장 연임 앞두고 터진 악재들
오는 11월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2년을 맡게 된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윤종규 회장이 겸직하던 은행장을 떼어내고 신임 은행장을 선임할 것이라는 설이 기정사실처럼 퍼지고 있다.
실제로 사실상 유력하다고 거론되는 외부 인사도 있다. 또 한 번의 'KB사태'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윤 회장은 실제 2014년 취임 이후 계속 국민은행장직을 겸직하며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충돌한 일명 'KB사태'를 원천봉쇄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에서는 횡령 등 각종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전 KB사태처럼 낙하산 인사가 은행장으로 내려올 경우 또다시 권력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KB금융지주 자산 중 KB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77%가량 되는 상황이다 보니 은행장과 회장 간 불협화음은 불가피하다. 지주의 자산 중 70~80%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은행장으로서는 허울뿐인 지주 회장에 맞설 명분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만약 내부 인사를 회장을 시켜줬는데, 횡령과 부당한 거래 등이 끊이지 않았으니 외부 인사를 써야겠다고 외압이 들어온다면 KB입장에서는 이를 반박할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성과연봉제 추진을 단행함에 있어서도 계열사 내부 결속이 와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윤 회장 취임 이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을 인수했는데, 연봉 체계 도입 등을 두고 이들 노조와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일한 지주 형태를 띠고 있는 신한과 하나의 경우에는 회장의 지위와 권한이 막강하다 보니 은행장과 지주 회장 간 이런 대립 구조는 불가능하지만 KB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며 "KB는 그동안 외압에 쉽게 노출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